인권하루소식

사용주의 불법고용, 노동자가 뒷감당

행정법원, 불법파견의 경우 ‘해고’란 없다?


파견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이바지한다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아래 파견법)의 제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내려져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병현 판사)는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을 하는 경우"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사업자는 사용자가 아니고, 따라서 파견노동자를 '짤라도'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원고 지무영 씨 등은 인사이트코리아 소속으로 각각 SK(주)의 서울물류센터와 대구물류센터로 파견되어 근무하던 중 2000년 11월 1일자로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이에 앞서 SK(주)는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 사실이 적발되어 서울지방노동청장으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지씨 등은 당시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는 SK(주)의 제안을 거부하고 정규직을 요구했다.

법원은 △지씨 등이 SK(주)의 지휘·명령, 인사관리 등을 받았다는 점 △이들이 종사한 업무가 근로자파견이 허용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며, 이번 사건이 명백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2년이 초과하여 계속 근무한 파견노동자의 고용의무를 사용사업자에게 부과한 파견법 제6조 3항 '직접고용 조항'에 대해, 법원은 "결코 법상 근로자파견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까지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파견법이 소위 '불법파견 노동자'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은 5일 성명을 발표해, "직접고용조항은 실질이 파견에 해당하면 모두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 해석상 불법파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결론을 내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불법파견이 무효이므로 처음부터 SK에 고용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예 일체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소송대리인 김도형 변호사도 "파견근로자를 보호한다는 파견법의 고용안정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불법파견에 대해 사법부에서 처음으로 내린 판결이 사회정의에 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6일 서울고법에 항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