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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삼성SDI 노동자 실종 보름째

납치·폭행·회유, 노동운동 씨말리기


사측의 납치와 감금 과정에서 부상당해 병원치료 중이던 삼성SDI(사장 김순택) 노동자 최모 씨가 지난달 30일 새벽 3시부터 연락이 끊겼다. 삼성은 98년 송수근 씨, 99년 일본연수 중이던 고영선 씨, 2000년 김갑수 등 삼성SDI 노동자 5명 등을 '납치·감금 후 회유' 하는 등 노동탄압을 계속해 오고 있다.

최씨가 병상에서 작성한 기록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최씨는 삼성SDI 정승용 제조2부장과 울산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반강제적으로 밀양 얼음골 부근으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했다. 정 부장이 원했던 것은 얼마전 삼성SDI 울산공장에 뿌려진 유인물과 관련된 정보였다. 그전에 최씨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구조조정 반대, 희망퇴직 중단, 사내하청화 반대 유인물을 배포했었다.

삼성SDI 측은 최씨로부터 원하는 정보가 순순히 나오지 않자 장소를 다른 식당으로 옮겨 최씨를 감금하고 심문을 계속했다. 그곳에서 삼성SDI 이창건 노무과장, 차덕준 총무부 직원 등은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위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최씨는 이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5미터 높이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허리와 발목 등에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삼성SDI 측은 부상당한 최씨를 곧바로 치료하기는커녕 창녕-현풍-남지-진주 등으로 계속 이동해 23일 새벽 지리산 부근의 어느 모텔에 도착했다. 이동중 최씨는 차덕준 직원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생매장시킨다'는 등의 온갖 협박과 공갈에 시달렸다. 이후 삼성SDI 측은 최씨에게 유인물 배포 경위서를 작성하고 잘못을 뉘우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최씨는 결국 사측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고 25일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날 최씨는 4주 진단을 받고 울산 언양의 보람병원에 입원했고, 27일에는 울산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계속 받았다. 그러나 30일 새벽 3시 회사사람과 나간 후 연락이 두절된 것.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최씨와 개인적으로 합의했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한편, 삼성SDI 장모 씨의 경우, 현재 사측으로부터 해외출장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사측으로부터 두 차례 납치, 두 차례 감금, 한 차례 폭행당한 적이 있는 장씨는 98년부터 집중 감시대상이다. 이유는 장씨가 삼성해복투 및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만난다는 것. 삼성SDI 김상주 인사부장은 이들과 만나지 않으면 해외출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노골적으로 회유했다고 장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