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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우리가 단식을 하는 이유


전주의 동아자동차운전학원의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해 지난 달 19일부터 노조의 김형우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 3일부터 동조 단식 중인 인권활동가 김영옥 씨의 기고글이다.<편집자 주>
단식 9일째다. 인권단체활동가로서 노동자의 투쟁에 연대단식 해보긴 처음이다. 전북지역 사회단체 활동가 6명은 지금 한 노동조합을 지원하는 동조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동아자동차운전학원(아래 학원)의 강사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전북지역 자동차운전학원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강사들은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13시간을 일하고 월급 1백만원에서 120만원 받는 것이 전부다.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

학원은 노조가 생기자마자 지부장을 해고했다.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지노위에서 '징계위를 거치지 않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리자 이번에는 같은 사유로 다시 '징계위를 거쳐서' 해고한다. 조합원 15명으로 시작한 노조는 이후 회사의 회유와 협박, 갖은 괴롭힘 등으로 현재 3명만이 노조를 지키고 있다. 노조를 탈퇴한 강사들은 대부분 회사를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19일 노조의 김형우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부장의 단식투쟁이 열흘을 넘기고 해를 넘겼으나 복직문제를 비롯해서 회사는 교섭해태를 반복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조합원은 3명뿐이고 지부장은 더 이상 할 게 없어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고 이대로 내버려두면 지부장은 해고자가 되고 노조는 그대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 지부장을 비롯해 싸우려는 사람들이 절망하고 떠나게 되면 어쩌나는 걱정이 앞섰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모여 지난 3일부터 우리는 동조단식에 들어가게 됐다.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노동조합을 갖기가 이렇게도 힘들다. 그래서 아직도 30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부르짖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조합을 인정하라"

지부장은 지난 7일 단식 20일만에 끝내 탈진해 쓰러졌다. 우리의 동조단식 9일째가 됐지만 회사는 별 움직임이 없다. 중소사업장에서 흔히 쓰는 수법이 시간 끌기 작전 아니던가. 시간만 버티면 노동자들은 지쳐 떨어져 나갈 거라고. 노동자 문제로 싸운다니까 언론도 전부 외면하고 있다.

5일부터 동조단식에 결합한 전국자동차운전학원 노조 공병오 위원장은 오늘 아침 이런 전화를 받았다. '전주에 있는 모 자동차운전학원 강사인데 노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전화를 받은 위원장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번진다. 그 미소에서 우리 투쟁의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