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사회복지 종사자, "우리에게도 노동권을"

정립회관, 수당 미지급·부당해고·잠정합의 번복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들이 노동권 보장 없이 '봉사정신'만을 강요하는 전근대적인 시설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장애인 이용 시설인 정립회관 노동조합이 △미지급 수당(체불임금)의 지급 △부당해고 철회 △단체협약 잠정합의 번복 철회 등을 요구하며 14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는 9개월 간의 단체 교섭에도 불구하고 사 측이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부의 체불임금 지급 결정마저 받아들이지 않는 등 독단적인 운영으로 일관한 데 따른 것이다.

정립회관 노동자들은 이제껏 연월차수당·휴일근무수당·연장근로 수당·생리휴가 등 근로기준법 상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6년 간 정립회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해 온 조현민 노조위원장은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초과 근무를 해도 연장근로 수당이 없었고, 휴일 근무에 대해서도 평일에 대체 휴가를 사용토록 할 뿐 일이 바빠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이었다"고 말했다. 또 임시직 노동자들은 생리 휴가를 이용할 수 없었다. 노동조합은 지난 해 7월 이와 관련해 서울 동부지방 노동사무소에 임금체불에 관한 진정을 냈고 노동부는 11월 말 경 사측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사측은 "근로기준법 상 연월차 휴가 대신 공무원법상의 연가제도"를 실시해왔고, 연가보상이나 연장근로 수당은 예산이 넉넉하지 못해 정확히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하며 노동부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립회관의 노동자들이 공무원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란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와중에 전경숙 노조 전 사무장이 지난 해 10월 말 부당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 전 씨가 20만원의 후원금을 받고도 입금하지 않고 고의로 착복했다는 것이 사측의 해고 이유였다. 반면, 전 씨는 "단체방문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잊고 후에 분실한 것은 본인의 과실이나, 고의적인 착복행위는 결코 아니"라고 반발하며 지난 11월 7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철회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는 "전 씨가 노조의 간부로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해고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라며 주장했다. 부당해고 건에 대한 지노위의 결정문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사측에게 징계를 최소화하기 위한 열흘의 기한을 주고, 그래도 사측이 해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부당해고 결정을 한다'는 것이 내부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사측은 단체 교섭 과정에서 잠정합의한 내용을 번복했다. 지난 해 11월 8일 노사 양측은 근무 시간 중 노조 활동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노조로서는 노사 관계가 대치국면으로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요구만을 포함시킨 내용이었다. 하지만 12월 19일 사측은 일방적으로 합의한 내용을 번복하고 근무 시간 중 조합활동을 제한하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가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건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 강요다. 이를테면, 지난 2일 송영욱 이사장은 시무식에서 노조 활동을 내 몫만을 챙기려 하는 것으로 비유하며, 왜 정립회관이 노동운동권을 줘야 하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무법인 '현장'의 이우표 노무사는 "정립회관은 희생을 강요하며, 매우 전근대적인 노사 문화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민주적 운영이 보장될 때, 장애인들도 시설을 보다 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장애인으로서 94년부터 정립회관을 이용해 온 전성신 회원은 "사측이 직원들에게 지급할 것에 대해서는 지급하고, 좀더 투명하게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노조는 16일부터 지도부 중심의 파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