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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군사훈련 대신 감옥택한 양심

대체봉사활동 호소하며 병역거부


한 젊은이가 17일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군대가 아닌 실직자 자활공동체를 찾아가 ‘민간대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나이 27세의 오태양 씨는 ‘여호와의 증인’도 아니다. 우리사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여호와의 증인’들만의 특수한 문제를 넘어, 군대를 가야하는 모든 이들의 보편적인 고민이 되기 시작한 것. 이에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오 씨는 97년 봄 북한에 식량난이 발생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떼죽음을 당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5년째 매주 금요일 점심을 굶으며 한끼 식비를 모아 북한동포를 지원하고 있는 평화활동가다. 그는 또 ‘전쟁과 가난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평소의 소망이 부처님의 삶과 일치함을 깨닫고 2년 전 불교에 귀의한 평범한 불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오 씨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된 때는 지난 2월이다. 오 씨는 인터넷에서 ‘여호와의 증인’들의 병역거부 수기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3년의 감옥생활과 출소 후 범죄자라는 멍에를 감수하면서까지 ‘살인하지 않겠다’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의 모습이 당시 병역특례 국가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오 씨의 존재를 뒤흔들었던 것이다.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은 봉사하는 삶, 평화로운 삶을 살고팠던 제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해주는 밑거름이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늘 ‘부처님이라면’ 하는 물음을 던졌고, 지금도 총칼을 들고 있는 부처님이란 상상할 수 없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오 씨는 결국 ‘불살생’의 종교적 신념과 평화․봉사의 인생관에 대해 확신했고, 이에 따라 “도저히 군사훈련과 집총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오 씨는 “현대에는 병역의 의무가 군사훈련 등 협소한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며, “자신은 일체의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미 국가는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예체능특기자 등 비전투 분야의 활동을 ‘병역’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 능력이 있거나 일정한 신체적 조건을 가진 자에게만 허용된다. 이에 대해 오 씨는 △비전투 분야의 병역활동에 대한 허용기준을 양심에 의한 것까지 확대하고 △이러한 병역의 폭을 넓혀 민간대체 봉사활동까지 아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이날 오후 서울지방병무청으로 직접 찾아가 병역거부 사실을 알렸고, 앞으로는 서울 보문동의 한 실직자 자활공동체에서 ‘민간대체 봉사활동’을 몸소 실천한다.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난 20일 오 씨는 입영기피자로 자동분류돼 형사고발된다. 이후 해당 경찰서로부터 출두요구서가 오면 자진 출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