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최정민의 인권이야기

목욕탕 카운터를 보는 것이 내 꿈이예요


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돈을 모아서 해외로 배여행 가는 것?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의 조금의 휴식?

지난주에 나는 여성평화네트워크 회의에 참석했다. 여성들만의 자리가 항상 그랬지만 그 회의는 매매춘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여성들이 모이는지라 상담 얘기, 활동 얘기 등으로 의례 시작 시간을 훌쩍 넘겨 회의가 진행되기 일쑤였다. 그날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두레방 원장님께서 최근 상담했던 얘기를 해주시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얼마 전 한 여성을 상담했는데 상담 도중에 “경제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너에게 무한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 여성이 대답하기를 한참을 망설인 후에 “목욕탕 카운터를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 회의가 있기 얼마 전 나는 우리 단체에서 활동하는 친구 1명과 같이 경기도지역 매매춘 실태조사 작업을 도와주러 새움터로 갔다. 늦은 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실태조사를 함께 하러 온 다른 친구들과 6명이서 차 1대에 끼어 타고 전곡과 연천 기차역 주변의 유흥업소 주변을 돌며 조사를 했다. 벌써 몇 달째 조사를 담당해온 새움터 활동가의 말로는 연천과 전곡 지역은 그래도 유흥업소가 별로 없는 편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들, 특히 큰 군부대나 미군부대가 있는 동네는 밤이면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는 것이다. ‘아가씨 항시 대기’, ‘여기서 자자’ 등의 커다란 간판을 보면서 착찹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간판들 바로 위층으로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습학원 간판도 보였다.

누구나 꿈이 있을 것이다. 작년 군산에서 포주들과 이들을 묵인해 준 경찰, 공무원들에 의해 감금되어 고통받은 여성들 역시 꿈이 있었다. 혼자 목욕탕 가는 꿈, 한가로운 낮에 카페에 혼자 앉아 커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싶은 꿈, 훨훨 날고 싶은 꿈... 잠시 돌아보았지만 연천과 전곡의 그 많은 술집들에서 술을 따르고 아버지뻘 되는 남자들의 변태짓을 상대해주는 많은 여성들도 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그녀들의 꿈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그녀들의 꿈은 해외 배낭여행이 아니라 그저 목욕탕 카운터를 상상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들키지 않고 혹은 들켜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하고픈 포주들과 하룻밤 여성들을 사고픈 남성들의 꿈은? 대한민국 현실에선?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것도 아주 쉽게 실현되는…

(최정민씨는 평화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