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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정원, 수사권 장악 의도 꼭꼭 숨겨

입법예고 기간 중 법안 바꿔치기


국정원이 입법예고기간 중에 아무런 경과 설명 없이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바꿔치기 했음이 21일 드러났다.

새로운 법안으로 바꾸면서 국정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입법 예고일은 여전히 12일로 되어 있으며, 내용을 수정했다는 어떤 공지도 없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예고 기간이 끝나고 수정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입법 예고 기간 내 법안 바꿔치기는 국정원이 무척 서두르고 있으며, 법안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보여진다.

테러방지법의 새 안은 국정원의 수사권 장악 의도를 꼭꼭 숨기는데 중점을 둔 흔적이 역력하다. 기존 법안에는 국정원이 주도하는 대테러센터가 “테러사건의 수사를 맡는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있었으나 새 안에서는 사라졌다. 그러나 새 안에서는 이 법의 목적에 “테러사건의 수사”(제 1조)가 들어가 있으며 뒤에 가서 대테러센터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주고 있다(제 17조). 또한 새 안 부칙 제2조 2항에 보면 “수사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대테러센터장을 수사기관으로 보고 있다. 결국 기존 안에서 한 눈에 띄었던 대테러센터의 “테러사건의 수사”를 빼면서 새 안에서는 수사권을 이곳저곳에 꼭꼭 숨겨두고 있는 것이다. 기존 안에서 9개 부처 합동으로 대테러센터를 편성하겠다고 한 것이 새 안에서는 10개 부처로 늘리면서 검찰이 새로 들어갔다.

이 또한 대테러센터의 사실상의 수사활동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국정원 관계자도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사는 검찰과 국정원이 할 것”이라 밝혀 국정원이 테러사건수사에 권한을 쥐겠다는 생각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새 안은 인권․사회단체의 비판을 일면 수용하였고, 문맥도 다듬었다. 구속기간 연장, 참고인 구인․유치 조항이 사라졌고, ‘불고지죄’조항은 ‘테러범죄신고불이행죄’로 바뀌었다. 그러나 모호하기 짝이 없는 테러의 개념과 테러단체 규정은 여전하며, 외국인 동향 관리 조항 및 난민 지위를 전연 고려치 않은 테러범인의 인도 조항, 감청 확대 등 인권침해 소지는 여전하다. 결국 국정원의 수사권 장악 의도를 가리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식의 손질을 입법예고 기간 내에 부랴부랴 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또한 ‘국가대테러대책회의’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여전히 국정원장이며, 국정원장이 ‘대테러센터’의 조직을 정하게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사무국장은 “국정원이 정보 기관에 머물러야 하며, 테러대책을 발판으로 막강 권력을 부활시키려는 야욕을 버리라는 인권․사회단체의 지적에 국정원은 요지부동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22일 차관회의에서 검토된다. 인권․사회단체들은 23일 오전 11시 느티나무에서 ‘국정원의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