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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게시판 글 ‘퍼다 날랐다’ 덜컥

디지털 말 이 대성 씨, 통신망법 위반 혐의 구속


검찰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비방하는 글을 다른 게시판에 ‘옮긴’ 사람을 구속 기소해 ‘사이버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부(아래 컴수부, 부장검사 황교안)는 “인터넷 상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해 정치․연예인 등을 비방한 인터넷 인격권 침해사범 11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아래 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컴수부는 입건 사건 11건 중 2건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8일 검찰이 구속 기소한 사건 중 ‘사이버 검열’ 논란이 일고 있는 사건은 디지털말(www.digitalmal.com) 이대성(29)씨 사건이다.

디지털말 웹마스터인 이씨는 지난 9월 22일, 디지털말 게시판에 오른 ‘대학동기생들의 눈에 비낀 이회창’이란 게시물을 복사해 이 씨가 이용하는 다음카페(cafe.daum.net) ‘항상 웃음이 넘쳐흐를까?(아래 웃음동)’에 올렸다. 이씨가 옮긴 게시물은 “이 총재 부친이 검찰청 서기로 있을 때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했다, 이 총재는 광주사태 이후 애국세력을 색출하는 데 공을 세웠다, 이 총재는 부정축재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글을 옮긴 이 씨에게 “이 총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는 것.

한편 이번에 이씨와 함께 구속 기소된 김모(38)씨는 안티DJ 싸이트에 “현 대통령은 고정간첩이며, 광주사태 배후조종자”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직접’ 올려 이씨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 건으로 인해 지난 10월 19일 컴수부에 체포돼 1차 수사를 받은 바 있으며, 이후 11월 2일 검찰에 출두 요청을 받고 컴수부에 출두했다가 같은 날 구속됐다. 디지털말 이준희 기자는 “이씨가 검찰 1차 수사를 받은 뒤 ‘이회창 총재를 비방할 목적도 없었고, 게시판에 오른 글을 단지 카페에 옮긴 것뿐인데, 검찰이 나를 체포해 수사 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아래 검열반대 공동행동)은 12일 성명을 발표해 “이씨가 옮긴 글은 이미 수많은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는 상황인데 유독 이씨만을 구속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은 것”이며 “검찰이 네티즌들의 정보소통 자율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게시물을 옮긴 이씨를 구속한 것은 검찰이 인터넷 자체를 검열하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열반대 공동행동은 △컴수부 담당검사 사퇴 △이씨 즉각 석방 △통신망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올 7월부터 시행된 통신망법 61조 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이는 형법상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 데 비해 훨씬 더 무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