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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등급보류 위헌’, 그 이후…

영등위 성격, 등급외전용관, 등급분류거부권 등 공개논의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영화진흥법 제21조 4항 ‘등급분류 보류’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완전등급제, 등급외전용관 등에 대한 공개토론이 진행됐다.


위헌 결정 이후 첫 공개토론

13일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영화 및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영화등급,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영화제도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고 등급외전용관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가하는 데까지 논란이 이어졌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조영각 사무국장은 발제에서 “지난 96년 사전심의는 사전검열이라는 헌재의 결정이후에도 지난 5년간 사전검열이 계속됐다”며, 헌재 결정을 계기로 △18세 관람가 영화의 폭 확대 △등급외 성인영화전용관 설치 △외국영화 수입추천제도 폐지 △국가보안법, 청소년보호법에 대한 전면 검토 등을 주장했다.


등급분류거부권 필요

조 사무국장은 또 △97년 2회 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 구속 △97년 독립영화축제인 인디포럼의 공연법에 의한 장소변경 및 연기 등의 사례를 들며, “비상업적으로 제작되거나 독립영화 전용관 등에 대해서는 심의를 면제”할 뿐만 아니라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영화인회의 하승우 정책실무위원은 등급외전용관과 관련, “등급분류 논란을 겪은 ‘거짓말’, ‘노랑머리’ 류의 영화가 등급외전용관에서 상영되어야 한다면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더 억압될 수 있다”며, “(위와 같은 영화의) 표현이 등급외전용관에서 상영된다면 등급외전용관 제도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은 또 “성적표현물에 관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은 형법의 음란물 규정에서 기인한다”며, “독일 형법의 ‘포르노그라피 반포’에 관한 규정처럼 포르노그라피의 개념을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 위원은 “영등위는 한시적으로 유지돼야 하지만 결국 민간자율위원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등위? 민간자율기구?

이에 대해 영등위 영화등급 분류위원이기도 한 전찬일 평론가는 헌재 결정의 핵심은 “영화등급위원회(영등위)는 행정기구이며, 행정기구의 검열이므로 위헌”이며 “미풍양속, 청소년보호, 사회기강 확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평론가는 또 “한시적으로 영등위 체제 유지를 인정하는 것 보다 영등위 해체를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5년전 헌재의 사전심의가 검열이라는 결정 이후 다시 헌재의 등급보류 위헌 결정이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간다면 표현의 자유 확보는 또 다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조영각 사무국장은 “영화를 만들면서 ‘체모가 나오는 부분’이 문제되지 않을까 자기검열하듯이 발제문을 작성하면서도 스스로 자기검열을 한 면이 있다”며 전 평론가의 문제제기에 동의했다.

조 사무국장은 영등위에 대해서도 “‘사람바꾸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민간기구를 책임진다는 데 대해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하승우 위원은 “솔직히 시민단체 등에 민간기구를 맡기면 더 안 좋은 방향으로 될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한다”며 “영등위 체제를 대체할 구체적 대안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조광희 변호사는 헌재결정 이후 영등위의 성격에 대해 “등급보류 등을 통한 사전검열이 금지돼 이제 사후통제만 있다는 의미에서 검열기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등급외전용관, 필요? 불필요?

토론에서는 등급외전용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다. 문화연대 이재현 사무처장은 “과거의 전용관 발상은 등급보류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라며 “전용관에서 상영할 기준을 세우는 순간 검열기제가 작동되므로 전용관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어떤 작품에 형법, 국가보안법 등 위반 시비가 일 때 각각 판례로써 표현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인회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소프트 코어 포르노가 상영될 수 있는 성인전용관으로 생각한다”며 “단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논리로 등급외전용관에서 상영돼야 한다는 논리는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 사무처장은 아울러 “영화인회의 등은 영화인들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대안을 11월 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내희 교수는 사후처벌에 대해서 “형법상의 음란물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라며 위헌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광희 변호사는 “전용관에서 튼 작품이 형법의 ‘음란물’로 처벌되면, 결국 현재와 비슷한 표현수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조 변호사는 또 형법의 음란물 개념이 “현실에서 위헌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법리적으로는 위헌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