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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노조파괴 공작비 120만원에 얽힌 사연

동작구 1번 마을버스 파업 73일 째


전국민주버스노조 중앙운수분회 조직부장 유기철 씨는 중앙운수 조OO 대표이사와 먼 친척 간이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유 씨는 한때 사측이 제시한 노조탈퇴서에 서명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노조에서 가장 앞장서서 싸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처음부터 강경한 것이 아니라, 생존권을 위해 싸우다 보면 당연히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가 살아온 지난 1년은 중앙운수의 노조파괴 공작과 노조의 파업투쟁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때는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금을 미끼로 한 회유작업

중앙운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각종 수당조차 못받는 상황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5월 19일 전체 노동자 34명 중 28명의 동의로 노조를 결성하게 된다. 그러나 중앙운수는 노조 결성 직후부터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감언이설로 조합원들을 회유하기 시작했고, 5월 말경 유 씨도 이에 응하고 말았다. 당시 사측은 유 씨가 조 사장의 먼 친척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노조탈퇴서에 서명을 받았다.

중앙운수의 노조파괴 공작은 이후에도 집요하게 계속된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7월 초순경 동작구청 옆 비즈니스 클럽에서 열린 극비회동. 이 회동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탈퇴시키기 위해 중앙운수 조△△ 상무가 유 씨 등 비조합원 3명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조 상무는 조 대표이사의 아들로서, 당시 노조탈퇴 작업을 위한 활동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중앙운수는 이 극비회동에 참석했던 정 씨에게는 조 상무 명의로, 최 씨에게는 중앙운수 명의로 각 60만원씩을 무통장 입금시켰다. 중앙운수분회는 최근 이 사실을 정 씨와 최 씨의 통장내역을 통해 확인했다.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따라서 중앙운수분회 조창제 위원장 등은 지난 7월 12일 중앙운수 조 대표이사와 조 상무를 상대로 동작지방노동사무소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노조에 다시 가입한 이유

애초 28명으로 출발했던 노조가 중앙운수의 회유에 의해 지난해 8월 말에는 고작 6명만 남아 거의 무력화됐다. 이에 유 씨는 ‘노조를 배신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지난해 9월 1일자로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을 굳혔다. 하지만 유 씨의 인생은 극적으로 반전된다.

지난해 8월 26일 조 상무는 노조 사무실에 혼자 있는 유 씨를 찾아왔다. 이때 조 상무는 친척 관계를 다시 들먹이며, 이번에는 아예 “노조를 말살시켜 달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유 씨에게 ‘노조를 탈퇴하면 월급을 20만원 인상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비록 일주일도 안 돼 회사를 떠나지만, 유 씨가 각서에 서명해야 그나마 남아있는 조합원들을 쉽게 설득할 수 있다는 이유.

하지만 이는 유 씨에게 남아있는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짓밟는 행위. “나, 이 회사 절대 안 나가! 노조에 다시 가입해서 끝까지 싸울 꺼야!” 유 씨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곧바로 노조에 재가입하고, 이후 조창제 위원장과 함께 작년 임단협 투쟁에 앞장섰다. 작년 임단협 투쟁은 총 13명이 참가하여, 10월 3일 총파업 하루만에 중앙운수와 임단협을 체결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올해도 변함없는 노조파괴 공작

중앙운수분회는 28일 현재 총파업 73일째를 맞고 있다. 작년 총파업 하루만에 사태가 해결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장기화되고 있다. 중앙운수의 집요한 노조파괴 공작과 터무니없는 협상안은 그 이유를 말해 준다.

지난 6월 17일 중앙운수분회는 임금인상, 노조활동 보장, 자격증 없는 정비부장 교체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차고지를 점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중앙운수는 18일 교섭위원 4인 및 조합원 1인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20일 승합차를 렌트해 임시로 버스를 운행하는 식으로 맞섰다. 이어 7월 6일에는 조합원 전체에 대해 업무방해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재 조창제 위원장에 대해서는 7천8백만원, 이석채 조합원에 대해서는 7천6백만원이 가압류된 상태로, 조합활동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또 중앙운수는 애초 임금을 삭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의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 하지만 회사 사정이 왜 어려운 지 근거를 제시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조 대표이사는 “운전기사 주제에 경영에 왜 신경쓰냐? 내 재산인데 내가 왜 보여줘야 하냐?”고 일축했다. 한편 노조의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할 테니 3년간 무쟁의 선언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자금사정 보다는 노조 자체에 대한 중앙운수의 혐오감이 문제였던 것.


임금인상에서 민주노조 사수로

중앙운수에 대한 조직부장 유기철 씨는 입장은 단호하다. “애초의 임금인상 투쟁이 지금은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싸움으로 바뀌었다. 조만간 가족대책위를 구성해 가족 전체와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며, 회사가 노조의 입장을 수용할 때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규탄집회를 계속할 것이다. 싸움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