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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구한 인생, 이렇게 끝낼 순 없다”

군속-오륜․삼일-라이너스-대송텍, 버려진 TKP 노동자


대한송유관공사의 맹목적인 이윤추구와 노조 혐오증으로 인해, 용역업체인 대송텍 소속으로 TKP(대한종단송유관) 업무에 종사했던 노동자 84명 전원이 지난 10일자로 일괄 계약해지 당했다. 이는 “도급계약 해지 등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며, 직접 고용 또는 민법상 실질적인 도급으로 시정할 것”을 지시한 성남노동사무소의 행정지도를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이에 대해 대송텍 노조 강기백 부위원장은 “계약직으로라도 고용되리라 생각했는데 해고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시의 충격을 이야기했다. 이는 비단 강 부위원장만이 아니다. 당시 TKP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대송텍 노동자 84명말고는 없었기 때문. 이에 따라 대송텍 노조는 지난주 1차 상경투쟁을 전개했고, 이번주 2차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TKP란 한반도에서 필요로 하는 항공유(JP-8)를 수송․저장하는 시설로서, 69년 주한미군에 의해 건설됐고 92년 소유권이 국방부로 이전됐다. 이러한 독특한 성격으로 인해 TKP 업계는 경쟁구조를 형성할 수 없었고, 따라서 TKP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항상 동일했다. 강 부위원장은 92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TKP 업무에 종사해 왔다. 계약해지된 노동자 중에서는 심지어 69년 TKP를 건설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도 존재한다.


소속변경 4번, 노동조건 계속 악화

애초 주한미군이 TKP를 소유했을 때 TKP 노동자들은 군속신분이었다. 92년 TKP 소유권을 이전받은 국방부는 TKP 관리업무를 SK에 위탁했으며, SK는 오륜사와 삼일사라는 용역업체를 설립하여 TKP 노동자들을 여기에 소속시켰다. 이는 노조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계산된 행동이었다. 당시 SK는 군속신분으로 근무했던 기간을 근속년수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모두 신규사원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연차도 일주일 가까이 줄고 호봉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TKP 노동자들이 노조결성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96년 SK는 두 용역업체를 라이너스라는 하나의 용역업체로 통합했다. TKP 노동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들의 소속이 또 한번 바뀌게 된 것. 하지만 이러한 소속변경은 99년 한번 더 일어났다. 국방부가 TKP 위탁관리 업체를 SK에서 대한송유관공사로 바꾸었기 때문.

당시 대한송유관공사는 대송텍이라는 용역업체를 만들어, TKP 노동자들을 대송텍에 소속시킨 후 99년 10월 1일자로 대송텍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대송텍은 TKP 노동자들을 1년 계약직 신규사원으로 받아들이고, 또 다시 이전까지의 근속연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상여금이 삭감되고 학자금 지급도 사라졌다.


비용이 2배 들어도 노조는 안 돼

TKP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대송텍, 위탁관리업체 대한송유관공사, 소유주 국방부와 다중의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동안 TKP 업무에 종사해 왔던 노동자들은 결국 1년을 주기로 계속해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 이러한 심각한 고용불안과 지속적인 노동조건의 악화는 작년 1월 14일 TKP 노동자 84명 중 78명의 참여로 노조를 결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대송텍은 대한송유관공사의 용역업체이기에, 대송텍과의 단체협상을 통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대한송유관공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 이는 대한송유관공사의 협조 없이는 대송텍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한송유관공사는 자신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면서 노조의 교섭요청을 묵살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대한송유관공사는 2배 이상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TKP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송유관공사과 대송텍 사이의 도급계약서에 의하면, 대한송유관공사는 용역노동자 1인당 2백38만원의 비용을 대송텍에 지급한다. 하지만 대송텍은 TKP 노동자 1인당 평균 1백10만원 정도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 이는 대한송유관공사의 노조혐오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증거다.


바라는 것은 고용안정 뿐

현재 대송텍 노조는 국방부 앞에서 매일 오전 7시 30분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3차, 4차, 계속해서 상경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대송텍 노조 박상훈 사무국장은 자신들의 요구를 간결히 정리했다. “우리의 투쟁은 고용불안에서 시작됐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고용안정 뿐이다. 이 때문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