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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민주와 인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신고된 시간보다 25분을 넘겼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가 구속됐다. 또 ‘1인 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활동가가 구금되는가 하면, 신고된 인원보다 30명이 더 참여했다는 이유로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대거 연행되기도 했다. 똑같은 장소에서 수구집단의 집회는 허용되지만,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당국이 집회규제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폭력예방, 평화시위 정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로지 경찰의중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가 선택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99년 쥐도 새도 모르게 개악됐던 집시법이 한결 더 개악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검찰 내에선 집회참석자의 숫자를 법조문으로 제한하겠다는 발상까지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집회와 시위의 권리’에 대한 정권차원의 전면 도발이라고 판단한다. 현 정권은 이미 온라인공간에 족쇄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통신질서확립법에 따라, 가상연좌시위와 같은 온라인 시위가 불법화된 것이다. 이제 그 도발이 온라인공간을 넘어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 정권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표현의 자유’ 전반을 유린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새로 시행된 통신관련법에 의해 인터넷내용등급제가 도입됨에 따라, 온라인공간의 각종 표현은 검열과 통제의 올가미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이제 네티즌들은 자기검열에 익숙해질 것이며, 결국 온라인 공간마저도 더 이상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공간일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사라졌어야 할 국가보안법마저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공안경찰은 ‘단국대활동가조직’에 이어 5일 구로지역에서 활동해온 서울민주노동자회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회원 9명을 구속했다. 남북화해 분위기와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 속에 잠시 움츠러들었던 악법이 다시 적극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힘겹게 쟁취한 ‘민주와 인권’의 공간을 송두리째 빼앗길 처지인 것이다. 이대로 정권의 공세에 밀려 영원히 재갈을 물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