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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표현의자유 침해하는 ‘희극단체’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민간자율기구’ 주장은 말장난


인권․시민사회단체 및 연구자, 법률가들이 모여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침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6일 흥국생명 14층 대회실에서 정보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과 청소년보호법폐지와표현의자유수호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정부의 인터넷내용규제와 표현의자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도중에 오고간 사람까지 치면 대회의실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의 주요관심사는 정부통신윤리위원회의 성격에 관한 것이었다. 이 위원회가 자신을 민간자율기구로 자처하며 인터넷 상에서 해 온 ‘검열’이 국가의 검열이 아니라고 강변해온 탓이다.


정보통신윤리위는 행정기관이다

이상희 변호사는 발제에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공식적으로는 민간자율기구이지만 실제로는 정부행정기구”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을 억제하기 위해 △조직 및 예산에서 정통부의 승인과 경비보조를 받아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 관련 조항에 대한 시정요구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시행령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할 수 있다고 소개하였다. 이 변호사는 또 “‘시정권고’가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일상적인 자체검열을 강요하여 합헌적인 표현물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초래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효과를 낳는다”며 정보통신윤리위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정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정보, 범위․내용이 경직됐다

헌법재판소 황성기 헌법연구원은 ‘자율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금지돼야 할 불법정보의 범위와 내용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규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고, 그것이 가진 책임성과 한계성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노스쿨 전면폐쇄 등에서 볼 때 거리가 한참 멀다”고 지적했다. 황 헌법연구원은 또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조항의 위헌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홍성태(상지대, 사회학) 교수는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등급기준, 등급부여체계, 내용선별체계 등에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검열등급제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자율등급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윤리위가 등급기준을 정해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며 “이런 등급제는 ‘검열 없는 규제’가 아니라 ‘사실상의 검열’을 초래해 ‘알아서 기도록’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검열+내용등급제’ 결합은 야만

홍 교수는 또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설치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시행령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전자적 표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윤리위원회의 검열과 ‘전자적 표시’로 표현되는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결합될 경우 우리사회 인터넷은 전체주의적 야만이 지배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사례발표에 나선 김인규(비인중 미술) 교사는 “비인지역의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한 사항이었다”며 “검찰이 긴급체포하는 등 국가가 개입하는 순간부터 이런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국가가 사태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진형(15, 아이노스쿨 운영자) 씨는 “학교문제를 이야기하는 사이트 중 최고수준의 ‘건전성’유지해 온 아이노스쿨을 폐쇄한 이유를 지금도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별소프트웨어 기준, 윤리위 장악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내용등급제에 대해 “인터넷이 생긴지 얼마 안 됐고 기술적 진보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 너무 닫힌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홍성태 교수는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지적한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사실상 검열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상기시키고, “과연 그런 문제제기가 아이노스쿨 폐쇄 등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지 되새기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내용선별소프트웨어가 경쟁하도록 하고 있는 데 왜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검열’효과를 가져오는지 모르겠다”는 한 연구자의 지적에 대해 이원재 문화연대 정보팀장은 “내용선별소프트웨어는 여러 곳에서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표준으로 삼는 ‘차단기준’은 정보통신윤리위에서 정한다”며 “9월 실시될 음비게법에 모든 PC방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사실을 아는지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