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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수렁에 빠진 한총련 이적규정 논리


다음달 1일, 제9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장 최승환, 한총련)이 한양대에서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한총련은 ‘연방제 통일’ 관련 문구를 강령에서 삭제했다. 그동안 한총련을 이적단체라 판결할 때 주된 논거가 ‘연방제통일’ 강령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삭제한 9기 한총련이 ‘이적단체’ 혐의를 벗을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직후 대검공안부는 “한총련이 강령 일부를 바꿨지만 이는 대외적 위장전술”이라고 강변했다.

공안당국은 지난 달 25일, 9기 한총련 대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배민균 씨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며칠 뒤에는 국가보안법이 아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배 씨가 이미 같은 혐의로 처벌된 적이 있어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시대변화를 반영한 조처”라는 일부의 지적이 무색하게 공안당국은 곧 속셈을 드러냈다. 요컨대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묶어두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

공안당국은 한총련이 이적단체이기를 원하지만, 9기 한총련은 ‘연방제 통일’ 강령을 삭제했다. 9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한총련은 매년 새로 구성되는 단체이며, 이적성에 대한 판단도 매년 새로 해야한다. 그런데, 9기 한총련만을 떼어서 보면 이적단체로 묶기가 쉽지 않다. ‘고심 끝에’ 공안당국은 해법을 찾아냈다. 대법원이 ‘이적단체’라 판결한 5기 한총련과 9기가 별 개의 조직이 아니라 한 몸이라고 우기는 것. 이를 위해 이전 기수에서 이적단체구성으로 처벌받은 배 씨를 같은 혐의로 다시 처벌하지 않은 것이다. 기수에 관계없이 한총련을 한 몸으로 보고 있다고 알리기 위해서.

국가보안법 사건에 관한 한 이런 행태는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아예 ‘궁예의 관심법’까지 들고 나온다. 지난달 25일, 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는 “한총련 주장중 상당수는 정부나 사회 일각에서도 전향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한총련 주장은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을 모태로 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당당히 말했다. 또 무엇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