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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시대 거스르는 경찰의 '이념계도'

'국민의 생각'을 관리 대상으로 규정


경찰청이 국민의 '생각'을 체계적이고 일상적으로 감시 관리해오고 있음을 증명하는 경찰청 규칙이 발견됐다.

경찰청 홈페이지(www.police.go.kr) 자료실 경찰법령 검색에서 찾을 수 있는 '이념계도활동규칙'(아래 계도규칙)은, 91년 경찰청훈령 25호로 공포되어 지금까지 세 차례 개정되며 10년여 동안 운영돼왔다.

계도규칙에서 "이념계도활동은 지방경찰청장·경찰서장이 주관하여 북한과 좌익폭력세력의 파괴적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대국민 계도체계의 재정비 및 강화에 주력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

계도규칙이 규정한 대국민 계도체계는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계도활동은 '이념계도요원'을 교육시켜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한다. '계도요원'에는 우선 경찰관 전원과 고정신고망·특별신고망 등을 이용한 '주민신고 조직요원' 그리고, 통·리, 직장, 부녀계도요원 등 '지역·직장신고 계도요원' 및 '택시·버스운전사, 이·미용업소 종사자, 사찰관리인, 우편집배원' 등이 포함된다. 가히 전 방위적인 '국민 이념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벽·오지, 공단 주변, 대학가 하숙촌, 영세민 마을 등은 '이념계도 취약지'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이념계도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돼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재명 간사는 "민주화가 일정하게 진전된 지금도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이런 활동과 교육을 벌이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마치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반공이념교육을 떠올리게 된다"고 평했다.

계도규칙이 지정한 계도 교육 내용은, △최근 공산권 국가의 동향 △공산주의 이론의 모순 △간첩 및 좌익폭력세력의 식별방법 등이다. 또 계도활동의 다양한 방식으로 △계도시설물 설치 △계도유인물 제작·배포 등을 명시했다. 이러한 이념계도활동을 담당하는 경찰관은 실적을 매월 3일까지 지방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또 그 내용은 월간·분기간·연간 단위로 분석돼 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된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상희 변호사는 "국민의 이념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지, 국가에 의해 계도되는 대상이 아니"라며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이념계도활동을 벌이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따라서 이념계도활동규칙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북한의 파괴적 실상을 부각시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현 정권의 평화통일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청 보안과 담당자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경찰청의 생각을 국민에게 교육만 할뿐이지 절대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념계도활동 내용은 현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 범위 안에 있으며 북한이 파괴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교육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