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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 관음증, 전국연합 엿보다

홈페이지 관리업자에 프락치 활동 권유


경찰이 정보통신업자를 통해 민족통일민주주의전국연합(상임의장 오종렬, 아래 전국연합) 홈페이지에 대한 자료를 빼내려 했고, 그에게 '프락치' 활동까지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남에서 인스정보통신을 경영하고 있는 변창수 대표(29)는 "경찰이 전국연합 홈페이지의 모든 기록과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구했고, 심지어 감시 활동까지 시키려 했다"고 2일 털어놨다. 인스정보통신은 전국연합의 홈페이지를 호스팅하고 있는 업체다.

변 씨는 지난 1월 12일 한 남자에게서 "웹호스팅 관계로 상담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 장안동으로 나갔다. 하지만 장안동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자신을 '경찰'이라 밝힌 뒤, 변 씨를 차에 태워 인근 건물로 데려갔다. 그 건물 주위에는 정복경찰들이 경계를 섰고 건물 안에도 경찰이 있었다.

건물로 들어간 변 씨는 약 1시간 반 동안 "전국연합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로그 파일을 넘겨 달라" "돈을 댈 테니까 전국연합 홈페이지만 따로 서버를 운영하라"는 등의 요구를 집요하게 받았다. 게다가 "전국연합의 자료실, 게시판에 대한 모든 것을 자세히 감시해달라"는 사실상 프락치 요구까지 받았다. 그러나 변 씨는 "로그 파일엔 전국연합뿐만 아니라 인스정보통신이 호스팅 하고 있는 성남지역의 많은 사회단체들의 기록도 있기 때문에 넘겨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변 씨가 이렇게 제안을 모두 거부하자 경찰은 그에게 '협력자 인적사항 카드'라는 것을 작성하게 했다. 결국 변 씨는 인적사항을 적어준 뒤에야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전국연합은 "변 씨가 갔던 곳은 장안동 대공분실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경찰의 행위는 명백한 통신검열·불법 사찰 시도"라고 규탄했다. 또한 공안 당국에 △전국연합에 대한 불법 내사·통신검열 중단 △'프락치' 강요에 대한 진상 규명 등을 요구했다. 전국연합 김정훈 정보통신부장은 "이는 공안 당국이 일상적으로 통신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며 "변 씨를 속여 가면서까지 자신들의 감시에 이용하려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