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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이랜드 노동자들의 단식농성


인권단체 활동가 노상단식농성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한겨울 노상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그들은 무려 일곱달 째 파업을 벌여온 이랜드 노동자들이다.

바람도 통하지 않는 물류창고에서 온몸을 땀으로 적셔가며 일한 노동자의 임금이 고작 50만원에 불과했고, 언제 짤려나갈 지 모를 하루살이 비정규직 인생이 전 직원의 절반에 달했다. "임금을 70만원대로 올려달라! 일정 기간이 지난 비정규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이 그들의 소박한 요구였다. 이미 IMF 시기를 고비로 절반의 직원들이 잘려나갔고, 3년 이상 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되는 고통을 감내했던 노동자들이다. 반면 회사측은 99년 한해에만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파업으로 빈자리에 대체노동자를 불법 투입하는가 하면,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해고,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등 적반하장의 자세를 보였다. 오죽했으면 눈치보기에 급급하던 노동부마저 박성수 그룹 회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겠는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할 정도로 이랜드 사태의 심각성은 충분히 공론화되었고, 수많은 사회단체들도 사태해결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 왜 사태는 계속 이 지경인가? 노동자들의 몸부림은 줄줄이 철창에 쳐박히는 반면, 박성수 회장의 해외유람은 몇 달 째 방치되고 있는 이 전도된 상황을 당국은 무슨 변명으로 무마할 것인가?

결국 노동자들만 하나둘 지쳐가고 있다. 그것이 박성수 회장의 노림수라면, 그것을 착각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독실한 신앙인이라는 외피로 착취자의 모습을 가려 온 박성수 회장에게 진정한 '사랑과 나눔'의 원칙을 알려주는 일이야말로 '강력한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야할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이랜드 노동자들이 더 이상 길바닥에 주저앉지 않도록, 그들이 즐겁게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