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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양심의 명령에 따라 몸을 던지자


인권활동가 연합 단식농성단이 명동성당 들머리를 열흘 째 지키고 있다. 한겨울의 노상 단식농성, 비오는 밤도 눈오는 밤도 거리에서 맞았다. 지난 3년 간 김대중 정권이 '말잔치'만 벌여온 '국가보안법 개폐, 인권위원회법 제정' 등 인권을 밑바닥부터 규정하는 법을 바꾸기 위해서이다.

소모적 논쟁과 핑계와 태만으로 3년을 허비한 정부는 결국 작년 12월, "연내 개혁입법 처리가 어렵다"며 뒤로 나자빠졌다. 이에 인권활동가들은 지난해 12월 28일 혹한기 노상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가인권기구 설치라는 인권 2대 현안 해결이 무산될 위기를 '몸'으로 막아서고자 한 것이다. 연말연시에 뭘 어찌할 수 있겠느냐나 해봐야 안될 거라는 회의적 반응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자신들의 투쟁으로 '물길을 돌릴 수 있는 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인권활동가의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명령에 따라 '몸뚱이'를 던져 체념과 냉소에 맞서고자 했다. 이들의 무모함이 지금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매일 매시간 농성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며 꺼진 듯 했던 인권관련 법안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30일에는 민주당 이종걸 인권위원장이 농성단을 방문했다가 소금 세례를 받고 쫓겨났다.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역시 지난 3일 문전박대를 받았다. 혹자는 이 일로 농성단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대화와 협상의 대상자를 그리 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우리 운동가들이 언제부터 정치권과 그리 가까웠는가를 돌아보자. 우리가 몇 몇 정치인과의 안면과 옛 동료에 대한 정을 운운하며 그들과 당연히 두어야 할 거리를 없애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이 위원장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조직내의 한 점에 불과한 자의 고충을 이해하며 손을 잡는다면 오늘 명동성당 들머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살필 것은 개인적 친분관계에 있는 그 누구의 사정이 아니라 냉정한 거리두기를 통한 우리 자신의 철저함이다. 의기소침해 있는 활동가들은 지금 명동성당으로 가자. 가서 온 몸으로 추위와 배고픔을 넘어 민중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그들에게서 생명력을 받아 안자. 추위로 얼어붙은 검은 얼굴을 보자. 그 아름다움을 가슴 가득 느끼자. "온 몸을 던져 돌아오지 않는 화살"이 되자던 초심을 되찾자. 지금 정세가 어렵다고 탓하지 말고 명동성당에 가서 지칠 줄 모르고 싸우는 저들을 돌아보자. 뜨거운 손을 내밀어 어깨를 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