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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무자비하게 폐기처분된 사람들"

올해의 인권영화상, <인간의 시간>에


제5회 인권영화제가 1일 폐막됐다. 폐막식에서 발표된 '올해의 인권영화상'에는 현대중기 노동자들의 고용승계투쟁을 다룬 <인간의 시간>(연출: 태준식-노동자뉴스제작단)이 선정됐다. 수상작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가 제공하는 상금이 수여됐으며, 태준식 감독은 이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기금으로 내놓았다.

<인간의 시간>은 무엇을 말하려 했던 작품인가? 태준식 감독은 이 작품이 노동자뉴스제작단의 공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고서야 인터뷰에 응했다.


◎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가?

=IMF체제 이후 2년간의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노조가 깨지고, 가당찮은 위기론 때문에 목소리도 제대로 못내는 숨가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 결국 현대중기 조합원들이 보상금 1천1백만원 씩 받는 것으로 투쟁이 마무리됐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효용가치가 없어진 상품이 무자비하게 폐기처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 상품이 노동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 현대중기 노조원들의 근황은?

=올 봄 조합원들이 일자리를 미처 구하기 전까지는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지금은 많은 조합원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 자주 연락이 안 된다. 조합원들은 택시기사, 공공근로, 계약직 등으로 일하고 있다.


◎ 촬영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가?

=작업을 마치고, 작품에 나오는 김병학 씨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가장 힘들었다. 올해 7월 14일, 슬픔과 분노에 어쩔 줄 몰랐다. 묵묵히 투쟁에 앞장서고 성실하게만 사신 분을 누가 그렇게 절규하게 만들었는지….

99년 6월 24일 현대사옥 앞 노숙투쟁 때는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육경원 조합원의 장지에 갔을 때엔 분노에 손이 떨려서 제대로 된 화면을 잡기가 힘들었다.


◎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반대'와 '인간의 얼굴을 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감독의 견해는?

=노동자의 존엄성을 찾자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노동자의 존엄성은 그럴싸한 구호로 찾아지는 게 아니다. 억압이 있을 때 투쟁해야만 인간은 존엄해 진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