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베트남전 심포지움' 좌절

서울시의회, '마찰' 핑계 장소 불허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위원회'(상임대표 강정구, 아래 베트남 진실위원회)가 주최하려던 '베트남전쟁과 한국군 파병에 관한 심포지움'이 베트남전 참전 군인 단체들의 방해와 서울시의회 측의 행사 불허로 무산됐다.

베트남 진실위원회는 13일 오후 1시30분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심포지움을 열 예정이었고 이미 10여일 전에 시의회로부터 장소사용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시의회측은 이날 오전 10시경 느닷없이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

시의회 의사담당관실 관계자는 "행사를 허가하긴 했지만 이대로 심포지움이 개최되면 고엽제전우회 등과의 마찰이 예상된다"며 "공공단체 특성상 물적․인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행사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월남전 참전 단체들의 항의 전화가 계속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시의회 별관 주변과 로비 근처에는 낮 12시30분 경부터 군복을 입은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모여들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베트남 진실위원회 측은 시의회 측의 불허통보와 전우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때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건물로 들어가려는 베트남 진실위원회 관계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국제민주연대 차미경 사무국장 등 여러 사람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결국 베트남 진실위원회 측은 오후 3시경 행사를 포기했으나, 고엽제전우회 회원 20여명은 여전히 별관 로비를 점거하다가 오후 4시가 넘어 해산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베트남전 참전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조망해 볼 목적으로 기획됐으며, 대한해외참전전우회 채명신 회장도 토론자로 참가할 예정이었다.

베트남 진실위원회 김숙경 씨는 "고엽제전우회 사람들도 베트남전의 피해자"라며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고 있는 베트남전 문제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 모습만 보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미경 국장은 "때리면 맞는다는 자세로 베트남전 진실규명 활동을 계속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