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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린당한 프라하의 평화시위

체코 당국 과잉진압…850명 연행


지난달 26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례총회가 열린 프라하. 전세계에서 모인 1만5천여 명의 시위대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그에 앞장서고 있는 IMF, 세계은행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원래 28일 폐막예정이던 총회가 하루 앞당겨 끝났는데 세계은행 총재 울펜슨은 시위대가 조기폐막에 영향을 주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국내 언론에는 시위대의 폭력성이 부각되었지만, 시위현장에 있었던 영국 <가디언>지 바이너 기자는 "시위대 중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람은 1-2%에 지나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특정 지도부가 없었음에도 각 단체가 대표인을 보내 회의하는 방식으로 시위는 민주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총회기간 중에는 시위 뿐 아니라 경제학자, 철학자들의 회의 등 각종 행사가 진행돼 외채문제, IMF 구조조정프로그램의 문제점, 부패, 반환경적 인프라구축의 대안 등이 논의됐다. 반(反)세계화운동가들을 산업혁명 당시 기계파괴자에 비교하며 시대착오적이라고 하는 의견에 대해, 바이너 기자는 만델라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경제적 형태이고 인간행동의 다양한 양식 중 하나일 뿐'이라는 말을 인용, 반박했다.

오히려 체코 당국의 과잉진압과 체포 이후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국내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는데, 시위 기간 중 약 8백50명이 체포되었으며 이중 3백60여 명은 외국인이었다. 시위에 참가하다 체포돼 약 40시간 동안 구금되었던 로젠탈(미국) 씨는 "구타는 일반적이었으며 남자 경찰이 체포된 여자를 알몸 수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돈을 내야만 음식을 주거나 4제곱미터 넓이의 유치장에 22명을 구금하는 등 기본권 침해가 빈번했으며, 한 이스라엘인은 구타당해서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프라하 시위에 참가한 외국인들 중 많은 수가 구소련과 동구권 출신이었는데, 이는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공산권의 시장경제 이행과정에서 빈곤층이 크게 증가하는 등 세계화의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연례총회 기간 중에는 프라하뿐 아니라 40여개 국에서 수백 건의 반세계화 운동이 벌어졌고, 특히 미국에서는 65개 도시, 인도에서는 1백50여개 도시가 이에 호응했다. 이들은 제3세계에서 매일 1만9천명의 아동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돈이 외채의 이자를 갚는 데 쓰이고 있다며 IMF와 세계은행이 개도국 부채탕감에 소극적이라고 비난했다.

프라하의 시위를 주도한 체코 민간단체들의 네트워크인 경제세계화반대행동(Initiatives Against Economic Globaliza tion)은 "총회의 조기폐막은 세계은행 측이 외채문제해결 등의 기만성을 인정하고 거짓보다 침묵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세계민중은 주어진 경제구조를 받아들이도록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경제구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