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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매향리 손배소송 질질 끈다

국가측, 패소예감 지연작전?


매향리 주민들이 제기한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에 국가 측이 기약 없이 선고를 늦추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2시 서울지법 민사 37단독(판사 장준현)은 매향리 소음피해소송 변론을 재개했다. 이는 이 재판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던 지난 9일 피고측인 국가가 갑자기 변론재개 신청을 하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 '국방부․검찰 혼성팀'으로 이루어진 피고측에서는 이례적으로 부장검사가 재판정에 직접 나와 변론 재개의 필요성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재판의 조기종결을 저지하기 위한 시위인 셈이다.

이날 피고측은 ▲미군배상심의부서에 사격훈련 실태, 내용 등에 관해 사실조회를 할 것, ▲서울대 이수갑 교수를 감정증인으로 새로 채택할 것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매향리 주민을 대리한 이석태 변호사는 ▲이미 원고 측 감정인인 아주대 장재연 박사에 의하여 소음피해에 관한 감정이 이뤄진 상태이므로 재감정이 필요치 않으며 ▲이교수가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증인이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측이 요청한 미군배상심의부서에의 사실조회 신청은 받아들이는 한편, 이교수 증인채택 건은 원고주장을 받아들여 보류했다.

아주대 연구팀이 제출한 보고서는 '매향리 일대 평균 소음도가 72.2db로 일반주거지역 기준치 50db을 훨씬 초과하며 이는 청력손실을 유발하는 수준'이라 결론짓고 있는데, 그 동안 국방부는 "결론을 끌어내기에는 자료가 미흡하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장재연 교수 팀이 매향리에서 조사활동을 벌이는 동안 미군 측은 평상시와 달리 헬기를 띄우지 않고, 기총사격을 미루는 등 교묘하게 조사활동을 방해한 바 있으며 그 결과 3개 마을의 실태조사가 누락되기도 했다. 이 날 원고 측 변호인은 이 점을 들어 감정을 보완해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변론재개와 관련하여 매향리 문제가 연일 방송과 신문을 장식하면서 사안이 증폭되자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피고인 국가가 소송에 질 것을 예상하여 가능한 한 시간을 끌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더 설득력이 있다. 이석태 변호사도 "진행상황을 보니 최대한 빨리 해도 11월쯤 돼야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며 "벌써 판사가 3명째이고, 국가측이 질질끌기로 작정만 한다면 올해를 훌쩍 넘기고 네 번째 판사 손으로 넘어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면서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