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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매향리, 3천명 인간 띠잇기

"사격장 폐쇄하라" 한 목소리, 일부 철책 걷어내

6일 오후, 매향리가 생긴 이래 최대 인파가 이 마을에 모여들었다. 스무 대가 넘는 대형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모여든 3천여 명의 노동자,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맞는 마을 주민들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26개 중대가 동원된 경찰력은 미군 사격장 철책선 안쪽에서 이미 인간띠를 이루고 서 있었다.

매향리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주민 이재덕(73) 씨는 "더운데 모두들 수고하는 것이 너무 고맙다"며 "합동조사단의 터무니없는 얘기가 방송돼 (주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정부가 잘못해도 한참 잘못하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일 한미합동조사단이 '5․8 오폭사건'과 관련 "폭탄투하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없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집회 대열 속에는 어린이들의 얼굴도 끼어 있었다. 인근 석천 초등학교 6년 생인 아이들은 미군 폭격 소음이 어느 정도냐는 물음에 "장난이 아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후 2시, 인간띠 잇기 사전집회에서 구속된 전만규 주민대책위위원장 대신 발언에 나선 최용운(45) 임시대책위원장은 "미군에게는 살아 움직이는 폭격연습용이요, 우리 정부에게는 내다버린 자식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살아왔다"고 울분을 토하며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되찾을 것만 남았다"며 주민들의 의지를 표현했다.

행사 전날인 5일 국방부가 발표한 기총사격장 표적 이전과 매향 1, 5리 주민 이주 추진방침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는 참가자 전체를 대표해서 '불평등한 소파개정국민행동'의 김용한 공동집행위원장이 발표한 '6월 5일 국방부의 이주발표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회유하려는 사기에 지나지 않는다. 더 이상의 대책 발표는 필요 없다. 사격장은 떠나라"고 일축했다.


경찰의 폭력에 맞서 철책 걷어내

집회 도중 철책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시위대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미군 사격장 입구 표지판에 시위대가 스프레이를 뿌리자 시위대 속에서 환호가 터졌다. 그러나 곧이어 경찰의 방패에 찍힌 부상자가 속출했다. 황길진(인천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씨가 머리가 터지고, 정영국(서울공대 98학번) 씨가 눈 밑이 5cm 가량 찢어지는 등 상처를 입었고, 헬기까지 동원한 경찰은 '불법집회를 중단하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방송을 계속해댔다.

집회가 끝난 오후 4시경부터 1시간여 동안 사격장 입구에서부터 인간띠를 잇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맨손으로 사격장 철책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돌로 두들기고 기둥에 서너 명씩 매달려 흔들어내자 곳곳에서 철책이 기둥 채 무너지거나 이음새가 끊어졌다. 철책을 끊어내는 이들의 맨손위로 경찰의 방패질은 계속되었다. 미군측이 철책 곳곳에 부착해 놓은 접근금지 경고표지판도 모두 떼어졌다.

마무리집회에서 연대사에 나선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미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민중의 삶도 향상될 수 없다"며 매향리 사격장 폐쇄에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하였다.

집회가 모두 끝난 오후 6시경 마을 주민들의 배웅 속에 참가자들은 발길을 옮겼다. '언제 이 많은 사람들을 또 보게 될까'하는 주민들의 표정 속에는 사격장 폐쇄만이 유일한 해결이라는 절절함이 배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