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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부모님 휴학 권유에 눈물

학생 내모는 등록금 인상, 교육의 공공성은 어디에


"등록금 고지서를 보시더니 부모님이 휴학이나 자퇴를 하는 건 어떻겠냐고 어렵게 말씀을 꺼내셨어요. 오죽하면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실까 생각하니 눈물이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휴학해야 할 것 같아요." 한양대 교정에서 만난 한 학생의 한숨은 길다.

30일 한양대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철회를 촉구하는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총 투표의 결과는 투표률 55%에 동맹휴업 찬성 92.5%였다. 공고된 등록금 납부기일은 28일. 학교측에서는 기한이 지나자 등록금 납부를 거부한 1천1백여 명의 학생들을 전원 제적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처럼 학생들을 몰아세운 등록금 인상률은 재학생 11.45%, 신입생 15%. 이제 등록금은 2백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더욱이 신입생의 경우 등록금을 내지 않으면 합격이 취소되는 것을 이용해, 대부분의 대학이 재학생보다 높은 인상률을 적용했다.

"고3때 1년 동안 밤 새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2백8십만 원을 벌었는데, 입학금과 등록금을 내니 한 푼도 안 남네요. 이제 2학기가 걱정이예요." 올해 건국대에 입학한 조경식(수학교육 1)씨의 이야기다. 등록금이 12.5% 인상된 건국대의 경우, 지난 28일 1천8백여 명이 모여 학생총회를 열었고, 1천6백6십1명이 찬성해 현재 본관을 점거 중이다. 이 학교 부총학생회장 박범진(응용생물화학 4) 씨는 "지난 겨울 총장(맹원제)님을 만나, 학생과 학교가 함께 논의해서 등록금액을 책정하자고 제안했어요. 돈 없어서 학교를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도 드렸죠. 그런데 총장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으면 당연히 학교를 못 다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더군요."라며 당시의 황당함을 전했다. "그 이후 학교 쪽은 학생들과 협상이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박 씨는 덧붙인다.

지나가던 최지혁(경영 3) 씨도 말을 거든다. "등록금이 오른 만큼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다면 그래도 덜 억울할 것 같아요. 도대체 등록금은 어디다 쓰는 건지…. 95학번인데 입학할 때나 지금이나 뭐 하나 좋아진 게 없어요."

다른 학교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9%에서 많게는 15%까지 등록금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생들 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일례로 경원대, 한국외대 용인 교정 등으로 이뤄진 경기 동부 '반민족·적반민중적 교육정책 전면 수정과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대책위'는 경기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교육재정 확충방안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30일부터 이틀 간 진행되는 동맹휴업에는 한양대 외에도 홍익대, 조선대 등 여러 학교가 함께 한다. 이들의 공통적 요구사항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GNP 대비 6%의 교육재정 확보 △사학 재단의 이월 적립금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학 재정으로의 환수 등이다.


<해설> 국가 책임성, 학교 운영의 민주화 관건


등록금이 본격적으로 문제화 된 것은 지난 89년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그 후 10년 동안 사립대학 등록금은 3배 이상 인상되었다. 대학당국은 '물가인상과 재정난'을 들어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수치는 등록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훨씬 뛰어넘어 오히려 등록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조장한 꼴이다.

문제는 전체 학교 운영비에서 학생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 나라 4년제 대학의 83%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률은 65.5%. 국립대와 사립대의 구분 없이 학생등록금 징수가 없는 영국·독일·프랑스에 비교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 등록금이 비싸기로 소문난 미국만 하더라도 학생등록금 의존률은 50%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강조되어 온 '수혜자 부담의 원칙'이 등록금에 대한 의존을 정당화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김삼호 연구원은 "비영리 기관인 학교에서도 시장논리가 판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대학 등록금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국가가 교육예산을 늘리는 것이죠." '반민족적·반민중적 교육정책 전면 수정과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김선경 씨는 "최소한 정부가 약속했던 GNP대비 국가 교육재정 6% 확보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이 기본적 권리인 만큼, 국가는 돈 때문에 교육의 기회가 차단되지 않도록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GNP 대비 교육재정 비율은 4.2%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0.1%가 줄었다.

한편 사학재단의 민주화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학교들은 '재정난'을 호소하지만, 99년 2월 현재 전국의 사립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이월적립금의 총액은 총 2조8260억 원. 98년 한해에만 7천4백8십2억원을 남겼다고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발간한 '사립대학 등록금 인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고발한다. 이러한 현실은 학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윤을 추구했다는 비판을 가능케 한다. 이에 김 연구원은 "국고 지원이 늘어난다 해도 사학의 운영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말짱 헛것"이라고 강조한다. 교수·학생직원이 참여해 학교 재정의 예결산을 심의·운영하는 것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이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