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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유령공대위'는 가라!


수북한 팩스 전문만 남겨놓고 흐지부지 사라져버린 공대위의 수를 우리는 헤아릴 수나 있을까? 우리 운동단체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공대위가 도대체 몇 개인지 파악이나 하고 있을까? '치고 빠지는' 일은 결코 비겁한 언론만의 특기가 아니다. '유령공대위'는 우리 운동의 무책임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자화상이다.

'지문날인 거부 운동본부(준)'가 뜬 것은 작년 6월 29일이었다. 이런 저런 신문은 이 사실을 크게 다루었으며 지문날인 거부 홈페이지가 생겼다. 후원계좌도 널리 홍보되었다. 이날 각계 인사들 100명의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서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 발급하는 주민등록증의 지문채취를 즉각 중단하고, 전 국민 지문날인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지문날인제도 폐지를 위하여 싸워나갈 것을 선언한다".

그러나 1년도 못 가 이 '운동본부'는 스스로 내뱉은 선언에 책임지지 않는 '유령공대위'로 변해버렸다. 결국 1년 전의 그 열정은 주체적 역량을 헤아리지도 못하는 저돌이었음이 드러났으며, 현란한 선언은 감당 못할 약속이었음이 드러났다. 즉, 그것은 객관적으로 '뻥'이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참으로 두려운 심정으로 고백한다. 인권운동사랑방이 그 '뻥'을 깠던 8개 단체 중 하나였다고….

우리의 이 참담한 고백은 실은 부끄럽게도 우리 스스로의 자성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뻥'에 넘어가 온갖 불편을 감수하며 지문날인을 거부해온 이름 모를 시민들의 질타의 결과이다. 이 사실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아프다.

5월부터는 구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수가 없다. 이 현실 앞에 '유령공대위'가 된 '운동본부'는 어떠한 답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우리의 운동에 열심히 동참해준 시민들은 4월 총선거에서 마저 '왕따' 당할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도 명확한 대책도 성실한 설명도 진실한 사과도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문날인거부운동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그들의 분노를 보라.

"이제와서 내발로 걸어가 내 지문 좀 찍어주쇼라고 말해야 하나요?"
"송금한 성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앞장서 행동해 달라고 하던 당신들은 어디에 있나요?"
"하나의 전선은 국가에, 또 하나의 전선은 직무유기인 당신들에게."

물론 우리는 언제나 바쁘다. 그리고 우리가 싸워야 할 '벽'은 절망적으로 완강하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선전포고만 하고 전선을 떠나버리는 우리의 행태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우리가 떠나버린 후, 유령화 된 '공대위'만을 바라보며 버림받은 줄도 모르고 싸움을 계속하고 있을 시민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졸'짜 장기알이 아니다. 우리 운동가가 만약에 무의식의 밑바닥에서라도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벼락맞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운동은 두려움을 가지고 반성해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 허풍을 거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