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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생존보단 월드컵이 우선

강제철거에 머리 터진 주민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신축으로 인한 강제철거 도중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17일 새벽 6시쯤, 상암 20구 지역에 천보용역원 80여명이 들이닥쳐 이영자 씨 등 주민과 학생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철거용역원들의 돌팔매와 주먹질에 주민 이영자 씨는 척추를 다쳐 목조차 움직이지 못하고, 김만기 씨는 이가 깨지고 갈비뼈를 심하게 다쳤다. 그밖에 이가 나가거나, 이마가 찢어져 수술한 주민이 둘 있고, 대다수 주민은 목과 팔 등이 뜯기는 상처를 입었다.

김대수(상암 철거대책위 위원장) 씨는 “철거용역원들이 가져 온 돌을 던지면서 주민들 얼굴을 짓이겨, 10여분만에 지역을 장악했다. 주민들을 몰아놓고 구둣발로 찍어누르는데, 약을 먹지 않고서 어떻게 지 어미뻘 되는 사람들을 치겠냐?”며 분개했다.


주민폭행에 경찰, ‘나 몰라라’

주민 천명희 씨는 “폭행이 계속되는데도 마포경찰서 소속 정보과 형사들과 전경 2개 중대는 말리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부상자를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119조차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포경찰서 정보과 임윤호 씨는 “주민들이 쇠파이프와 돌을 먼저 던져서” 폭력사태가 야기됐다며, “천보가 7시 철거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났었다.”고 주장했다. 철거 투쟁에 합류했던 연세대 학생 20여명은 귀가 중 가좌역에서 철거폭력을 알리다가 이 중 11명이 서부경찰서에 연행됐다.

천보용역은 빈집 13가구를 철거하고 오전 10시 철수했다. 현재 철거대첵위원회 소속 세입자 16세대의 요구안은 가수용시설과 영구임대주택이지만, 시공사인 도시개발공사는 ‘가수용시설은 불이 날 위험이 있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김대수씨는 난지도에서 “파리떼가 몰려드는 밥을 먹고 20년을 살았는데,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다고 나가라 니기가 막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난지도는 쓰레기 매립을 하지 않아 멀리서는 푸른 산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검은 침출수가 흐르고 땅을 조금만 파면 가스가 나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