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해마다 늘어나는 농가부채와 IMF이후 더욱 폭등한 농업생산비를 감당하지 못해 농촌을 떠나거나 자살 등의 극단적인 방법마저 취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협동조합은 IMF를 핑계로 18%의 고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해주고 밤낮으로 빚 독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면에서는 수 십 가지 명목을 붙여 많게는 7-8 천 만원 인건비를 착복하고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이자 놀이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협동조합 개혁은 정권 교체시기마다 농민들의 핵심적 요구사안이었다.
현재 협동조합은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자율성은커녕 정부의 통제아래서 정부정책사업 대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직은 너무 비대해졌다.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방기됐고 신용사업(돈장사)이 중심이 돼 돈을 매개로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 위에 군림해오고 있다.
이에 농민들은 정부의 잘못된 농정과 수입개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신용사업을 분리해 ‘협동조합은행’ 등으로 별도 운영하고, 협동조합은 농산물의 판매와 농자재 등을 싸게 구입하는 사업 등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들의 이러한 개혁 열망을 저버린 채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농업인 협동조합 법안(이하 정부안)’을 국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으며,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정부는 농축인 중앙회를 대통합해 더욱 비대해진 중앙회를 만들려 하고있다.
중앙회의 대통합은 정부의 협동조합 통제를 더욱 쉽게 만들뿐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정치관여금지(제7조), 농림부 장관의 감독권 강화(제154조), 법률에 의한 중앙회 해산 가능(제129조), 재경부 장관의 신용사업에 대한 무제한 통제허용 등의 조항은 협동조합의 정부 예속을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신용사업도 분리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정부안은 농민의 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반개혁적 내용과 독소조항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총연맹 등 30여개 사회시민단체들은 한국협동조합개혁 국민연대를 건설하고 협동조합의 진정한 개혁을 위한 국민적인 개혁입법안인 ‘농업협동조합법’을 마련, 입법청원 운동에 나섰다. 또한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은 국회 앞 농성과 대규모 시위를 열고 있다. 협동조합의 개혁은 21세기 한국농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험지가 될 것이다.
소희주(전국농민회총연맹 총무부장)
- 1411호
- 소희주
- 1999-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