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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자수첩> 억지와 궤변에 익숙한 법무부

전두환 보안관찰 자료공개 거부

법무부는 정말 재미있는 부서다. ‘합리’를 중시하는 법률가들이 많이 모인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억지’와 ‘궤변’에 더 능숙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가보안법 전력자인 정화려 씨가 “전두환 등 내란학살 범죄자들이 무슨 이유로 보안관찰처분 면제결정을 받았는지 알고 싶다”며 관련 자료의 공개를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보안관찰처분대상자의 신상 등은 보안업무조정규정에 의해 3급 비밀로 분류․관리하고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내세운 이유들은 선뜻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다. 법무부는 △보안관찰관련 자료가 외부에 공개될 경우 보안관찰업무에 차질을 빚게되며 △자료공개가 피관찰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나아가 북한의 흑색선전 자료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이미 정해진 형기를 마친 사람에 대해 되지도 않는 이유를 내세워 감시․통제의 족쇄를 채우는 것이야말로 사생활 침해가 아닌가? 지난 93년 강수림 국회의원이 보안관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검찰은 위와 같은 이유로 자료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95년 내무부장관의 국회보고와 96년 전남지방경찰청장의 국회보고를 통해 보안관찰 관련 내용이 일부 알려졌지만, 북한의 흑색선전에 이용됐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정화려 씨는 법무부의 자료공개 거부에 대해 6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 자료를 공개해봤자 ‘불합리’한 보안관찰 처분의 실상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