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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별기고> 세계인권선언 50돌을 맞아 ①

인권 보장의 주춧돌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권을 거부하기 마련이다. 자기의 인권은 목숨걸고 지키려하지만 남의 인권에는 관심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수천 년의 인류역사에 비해, 세계인권선언이 불과 5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졌고, 지난 50년 동안에도 사실상 무의미한 존재였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의 의미를 그냥 무시할 수는 없다. 소수만이 누리던 특권이었던 권리를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하는 보편적인 권리로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정치적 표어 이상으로 귀담아 듣는 사람도, 그 선언의 구체적 내용을 실현시키려는 국가도 거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모든 인간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없는 지구사회에서, 그래서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될 수 밖에 없는 인간사회에서, 인권의 거부는 사실 불가피한 것이다. 나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서, 내 가족 혹은 내 국가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은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기 마련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이러한 마찰을 해결하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나와는 이해관계가 다른 경쟁자 혹은 적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자는 것이다.

결국 인권의 논리가 생존의 논리와 힘의 논리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적어도 세가지, 즉 인권 역사의식, 인권교육, 권력분산이 인권보장의 전제조건이라 할 것이다. 인간이 인권보호의 필요성을 깨달으려면 역사인식을 필요로 한다. 인권의 탄압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깨닫고,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역사적 의지가 필요하다. 50년 전 세계인권선언이 나오기까지 인류는 수 천년의 인권탄압의 역사를 거쳐야 했다. 인권탄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단이 내려지기까지 수없이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 한 것이다. 인권탄압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인권보장이란 불가능하다.

인권교육 없이도 인권보장이란 불가능하다. 생존의 논리와 힘의 논리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수용하는 것인 반면, 인권의 논리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인권의 논리는 저절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서로 싸우게 마련이다. 그런 아이들이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려면, 화해하는 방법, 그리고 싸우지 않고 마찰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인권의 논리적 당위성을 인식시키는 교육 없이 인권보장이란 불가능하다.

인권보장은 그 사회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인권은 결코 지배자가 피지배자에게 베푸는 선심성 특혜로 얻어질 수 없다. 사실 권력과 인권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 권력은 권력에 도전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유린하기 때문이다. 결국 권력의 분산과 균형이 이루어져 피지배자와 지배자 간의 긴장과 균형이 이루어져야 인권의 보편적 보장이 가능해진다.

아직 우리사회는 인권보장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쓰라린 인권탄압의 경험이 있지만, 다시는 그러한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 힘의 논리가 아닌 인권의 논리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아직 부족하다. 물론 심각한 정치적 힘의 불균형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맞아 인권보장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계인권선언 100주년에는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