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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경·해군 의문사 잇따라

당국 “자살” 주장…유족 “의혹” 제기

최근 들어 군인 의문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803 전투경찰대 소속 이태경 이경(한신대 휴학)이 양천경찰서 내 숙소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은 이 씨가 단순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유족들은 이 씨에게 자살할 이유가 특별히 없었다고 주장하며 사인에 의혹을 품고 있다.

전투경찰대측은 이 씨가 사망 직전 입대동기인 김 아무개 이경에게 “사람이 죽으면 중대장이 피해를 보느냐”는 말을 했고, 고참병에게 “집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말했으며, 평소 잠을 못 이루는 등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는 정황을 내세워 이 씨가 가정 내 문제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동기생 김 이경이 “태경이는 평소 잠을 일찍 자는 편이었다”고 말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며 △사고 당일 한 전경이 “너무나 불쌍하다. 억울하게 죽었다”고 말한 사실 등을 내세워 단순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족들은 “태경이의 사인이 불분명했던 사망 직후부터 전경대측이 이미 ‘자살’로 단정하고 나섰다”며 “단순자살로 결론을 내린 뒤, 이를 짜맞추기 위한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이 씨의 사인과 관련, 유족들 역시 타살의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설명하는 자살의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명확한 원인규명을 요구중이다. 특히 이 씨가 전입온 지 2주일도 안돼는 신병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유족들은 장례를 미룬 채 이 씨의 시신을 목동 이대병원에 안치하고 있으며,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양천경찰서와 전투경찰대측은 유족들에게 장례부터 치를 것을 요구중이다.

한편, 지난 9월 27일에는 경북 김천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해군 소속 나진영 이병(김천대 휴학)이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다. 나 씨는 4박5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도중 동료들과 헤어진 뒤, 집 근처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군당국은 ‘나 이병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나, 유족들은 △13층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체에 코피자국과 오른쪽 다리 골절상만 있는 점 △시신에 온통 흙이 묻어 있던 점 △사고장소에서 안경이 발견되지 않은 점 △지갑 안의 현금과 현금카드가 분실된 점 등을 들어 타살의 의혹이 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나 씨는 해군에 자원 입대한 뒤 군 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있었으나, 자대로 배치된 뒤 심한 구타를 당하면서 군생활을 무척 힘들어했다고 한다. 휴가 기간 동안 병원진료를 받은 나 씨는 척추 두 곳에서 장애가 발견되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구타에 의한 장애라고 주장하고 있다. 4일 현재 38일째 장례를 미루고 있는 유족들은 나진영 씨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지길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