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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준법서약 속셈 보인다

당국, 명동성당 농성자 연행 시도


준법서약제는 공안사범의 석방을 위한 은전이 아니다.

최근 준법서약제 폐지투쟁을 벌이고 있는 명동성당 농성자들에 대한 당국의 반응은 준법서약제 도입의 의도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당국은 농성에 들어간 김태완 씨에게 곧바로 ‘재수감’을 경고하며 농성중단을 요구한 외에도, 또다른 농성자인 정선 씨를 연행하려 해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농성중인 정선 씨를 만나고 돌아가던 정 씨의 아버지와 여동생은 명동성당 길목에서 검문을 받았다. 전경들이 이들 일행의 차를 세우고, 여동생 정은 씨의 얼굴에 후레쉬를 비추면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던 것이다. 전경들은 신분증 확인 후, “정선이 아니고 정은이네”라고 실망한 투로 말하더니, 그래도 조회를 해봐야 한다며 정선 씨 가족의 귀가를 계속 막았다. 전경들은 “이미 차량 번호를 확보하고 있었고,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었다”며 10여분이 흐른 후에야 이들을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의 아버지 정재순 씨는 “당시 전경들의 검문태도를 미뤄볼 때, 선이를 연행하려는 것 같았다”며 “연행 후 농성을 풀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선 씨는 8·15특사 때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이미 잔여형기가 만료된 상황이나, 당국은 농성을 중단시키기 위해 연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준법서약제 철회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연행을 시도하는 당국의 대응은 준법서약제를 ‘은전’이 아닌 ‘족쇄’로 활용하려는 의도에 다름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민권공대위 기자회견

한편, 준법서약 철회 요구 명동성당 농성과 관련 「민중의 기본권 보장과 양심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민권공대위)는 15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준법서약제 철회와 양심수 전원석방 등을 통해 민주개혁을 이룰 것”을 김대중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근수 상임공동대표를 비롯, 변정수 전대법관, 김종맹 한총련 학부모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민권공대위는 또 최근 한총련 명동성당 농성단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조계사 수배자 농성단에 대한 준법서약서 제출 요구와 관련, “준법서약제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비민주적인 태도”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권공대위는 민권보장과 민주개혁을 위한 8대 요구안을 내걸고 김대중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8대 요구안은 △준법서약서 철회,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 철폐 △범민련과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 철회 △정치수배자에 대한 수배해제 △민주기본권 보장 등이다.

한편, 민권공대위는 매주 토요일 ‘양심수 전원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세계인권선언지지 1백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16일 조계사에서 ‘민중의 기본권 보장과 국가보안법 철폐 정치수배해제 결의대회’, 24일 국가보안법 철폐 명동 문화제, 31일 ‘양심수 전원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 민중대동제’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