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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법 왜 숨어서 만드나

민간단체 비판, ‘공동추진위’ 결성


한국 인권사에 일획을 긋게 될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문제를 정부가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인권선언 제정 50주년 기념일인 오는 12월 10일에 맞춰 인권법을 공포한다는 목표 아래, 법무부 주관으로 시안을 마련해 왔다. 법무부는 인권법 시안이 나오는 대로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권법과 국가인권기구가 국민 전체의 인권에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민사회계의 참여를 배제한 채 범국민적 협의와 홍보과정을 생략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민주노총 등 전국의 29개 민간단체들은 17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를 결성하고 “밀실 추진 중단 및 법무부 안(案)의 공개”를 강력히 촉구했다.

공추위는 결성식에 이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시민사회와 일체의 협의를 배제한 채 ‘밀실’에서 만든 법무부 안을 토대로 인권법 제정과 국가인권기구 설치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실망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며 “정부의 권위주의식 입법추진과정을 바로잡고 국민적 토론을 시작하고자 ‘민간단체 공추위’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공추위의 입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더 ‘민주적 토의과정과 공감대 형성노력’을 중시해야 할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밀실행정에 의해 진행하는 이유와 동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즉, 인권법 제정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현재의 인권현실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이에 대한 국민적 토론이 필요한데, 현재 법무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그 내용을 떠나 민주적 절차를 생략한 권위주의적 방식이라는 비판이다. 동국대 한상범 교수(한국법학교수회 회장)는 “법무부가 시한에 쫓기다 보니 급행열차를 탔다”며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위상에 맞게 올바르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비민주적인 입법추진과정 뿐 아니라, 법무부가 마련한 법안의 내용조차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무부의 안은 국가인권기구를 ‘특수법인’ 형태로 설치하고 ‘시정권고’ 수준의 권한만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간단체들은 “당초 인권침해를 독립적으로 조사․시정하고 다른 국가기구를 감시․견제해야 하는 국가인권기구의 본래 모습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며 독립성과 실효성에 커다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곽노현 교수(방송대 법학과)는 “법무부가 그려놓은 국가인권기구는 ‘소비자보호원’류의 위상에 ‘고충처리위원회’류의 권한을 갖는 약체법정기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제 공추위의 결성과 더불어 민간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추위는 △민간단체 법안 마련 △인권법 및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대국민 홍보 교육 △인터넷을 통한 공추위 활동내용 공개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 △부문 및 지역 조직사업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