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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부, 노·정 합의 휴지취급

노동자들 힘겨운 싸움 계속

정부가 민주노총과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불만이 극에 다다르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지난 6월 5일과 7월 27일 두차례에 걸친 민주노총과의 합의에서 △최대한 고용보장 △퇴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와 생계대책 최우선 해결 △삼미특수강 고용승계 보장 △부당노동행위 근절 △노동절 이후 발생한 구속․수배 노동자의 사법처리 최소화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한 사항이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아 각 사업장노조원들은 사업주와 공권력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공권력 투입의 위협을 받으며 노동자들이 17일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만도기계는 작년 12월 흑자부도를 낸 뒤 지금까지 1천9백14명의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현재 만도 대전공장에는 노조원 1백20여명과 학생 50여명이 경찰에 의해 공장 안에 고립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익산지부에서도 지난 1일부터 경찰이 37개소대 1천5백여명의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주위를 완전봉쇄했다. 경찰은 이 소식을 듣고 달려간 노조원 가족들을 막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 외에, 다른 공장들에서도 20-30여명의 경찰들이 정문을 봉쇄한 뒤 불심검문을 실시해 공장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현재 최후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사수대를 서울로 파견,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기노조는 고용승계와 체불임금 지불을 요구하며 조계사에서 58일째 농성 중이다.

용역직으로의 재계약 요구를 거부하고 농성중인 현대중기노조는 현대본사에서 텐트농성을 하다 구사대에 의해 텐트가 찢기고 소방용수를 맞는 등 탄압을 받고 조계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달 20일엔 현대본사 앞 시위 중 경찰 앞에서 구사대 270여명에게 폭행당한 뒤, 오히려 이를 막던 20여명의 노조원들만 종로경찰서에 연행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기도 했다.
지난 6월29일 퇴출은행으로 발표된 동남은행 직원들은 퇴출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인수작업을 거부하고 명동성당에서 64일째 농성중이다. 인수은행인 주택은행측은 경찰을 동원해 이들을 강제로 연행, 인수작업에 동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새벽에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끌려나가는 일도 있었다. 동남은행 직원들은 “퇴출된 직원은 인권도 없느냐”며 경찰이 강제로 연행해 은행에 인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전국생명보험노련, 동아엔지니어링, 대구염색공장, 조흥시스템, 인천전기, 아남반도체 등 수많은 사업장들이 고용승계와 생계대책을 위해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합의 이후에도 이러한 부당노동행위와 일방적인 정리해고가 지속되자 2일 광화문 사거리에서 ‘노정합의 이행촉구 및 고용안정쟁취 결의대회’를 갖고 고용승계와 부당노동행위 근절, 그리고 구속자 석방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이갑용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합의서한을 휴지조각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김대중 정부의 신 노사문화는 노조탄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생명보험노련의 김창희 위원장은 “퇴출직원이 다른 보험회사에 취직하려면 벌금 1천만원을 내야한다”며 “어처구니없는 이런 내용의 담합이나 하는 재벌기업들을 먼저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보험감독원과 경영진 등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멀쩡한데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만 거리로 내몰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 800여명은 세종로 정부청사까지 가두행진 후 자진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