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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시한부 인생까지 감옥행

부모 모두 구속, 아이는 ‘어린이집’으로


최근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 영남위원회’라는 반국가단체를 구성, 이적활동을 전개한 혐의(이른바 ‘동창회 사건’)로 구속된 울산․부산지역 노동․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건강악화뿐 아니라 가정파괴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늘푸른서점’을 운영하다 한민전 영남위원회 총책임자로 지목돼 구속된 박경순 씨. 최근 간경화로 6개월 시한부인생을 선고받고 투병중이던 박 씨는 9살난 아들 정우만 남겨둔 채 부인 김이경 씨와 함께 연행됐다. 홀로 남겨진 정우는 주위 친지 집을 전전하다 결국 서울 외할아버지댁에 맡겨졌다. 그러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낮에는 일을 계속해야 되기 때문에, 정우는 낯선 서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보내고 있다.

네 살박이 해솔이도 정우랑 비슷한 처지다. 노동단체 ‘전진 2001’ 사무국장 임동식 씨와 울산여성회 준비위원회 회장 이은미 씨가 해솔이의 아빠와 엄마. 해솔이는 이번 사건으로 같이 살던 이모마저 빼앗겼다. 해솔이의 이모 이희 씨는 금속산업연맹 울산지부 교육부장이다. 유난히 변화에 민감한 해솔이는 지금 돌봐줄 친척도 없이 어린이집에 맡겨진 채 엄마, 아빠가 돌아올 날만 기다리며 울다 지쳐 잠들곤 한다. 더구나 해솔이의 엄마는 허리 디스크가 심해 오랫동안 앉아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몸이 불편하다.

울산 ‘새날을여는청년회’ 교육국장 이철현 씨는 연행과정에서 다리에 유리가 박히는 큰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일주일 이상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이 씨는 결국 구속됐다.

이들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구속자들의 주위 동료들은 “소위 인권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곧 쓰러질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철창 안에 가둬놓고 강압적인 수사를 벌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소한 이들에 대한 구속수사만은 유보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