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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분노하는 ‘커피아저씨’

병원측, ‘바쁘다’ 핑계로 인권무시


최근 한 장애인 부부가 겪은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속초에서 커피를 팔면서 심장병 어린이를 도와 대포동 ‘커피아저씨’로 유명한 김음강 씨는 최근 부인을 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부인 김복순 씨가 지난 4월 26일 교통사고를 당해 아산재단 강릉병원(원장 서병태)에 입원치료를 받던 중 5월 12일 갑자기 숨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김음강 씨는 부인을 잃은 슬픔보다도 병원에서 당한 비인격적 대우 때문에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강릉병원측은 부인의 대변독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계속 아랫도리를 벗겨 놓았으며, 일반인들이 병실에 들어오는 면회시간에도 이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로 인해 김 씨와 부인은 심한 수치심을 느껴 여러차례 가리개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측이 이를 무시했던 것이다.

김 씨는 “환자도 인격이 있으니 면회시간에는 좀 가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간호사들은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내가 사망한 뒤에도 병원측에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면서 병원장과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수모만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김 씨는 “병원의 인권유린에 대한 진실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강원지역 각계 사회단체들의 서명을 받은 진정서를 지난 달 김대중 대통령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명확한 의료사고가 아닌 한 인권유린이라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유린을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절실하다”면서, 계속해서 병원측의 공개사과와 관련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사진과 대화내용을 녹음한 테이프 등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릉병원의 강성열 관리부장은 “면회시간에 커튼을 치는 일 등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을 부분적으로 인정해 간호사들에게 면회준비시간을 갖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가족에게는 사과의 형식을 갖출 수 있지만, 다른 모든 것은 치료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이었으므로 공개사과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민중의료연합 사무국장 김재광 씨는 “치료 목적으로 환자 옷을 벗겼을 수는 있으나, 세 번의 항의가 있었음에도 환자의 인격을 존중해주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라면서 “근본적으로는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제공을 불가능하게 하는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