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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요약> 사형수 전재천 씨의 편지

“지난날을 돌이키며 반성합니다”


현재 부산주례구치소에 수감중인 전재천(수감번호 6501) 씨에겐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모임」대표 정귀순 씨가 꾸준히 면회를 가고 있다. 전 씨가 지난 6월 14일 정귀순 대표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발췌․소개한다<편집자주>.

“저는 새삼 이곳에서 고향과 친인척 그리고 자유를 잃은 고달픈 사람들과, 서로 이해심으로 돕고 사랑하면서 진정 이웃사랑의 따사로움을 느껴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빈곤하게 살아서인지, 남들이 입다 버리는 양말이나 속옷들을 보면 너무나 아깝습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대로 주워, 깨끗이 씻어 두었다가 재활용하곤 합니다. 그중 새것은 대부분 면회오지 않는 어려운 재소자들이나 외국인에게 주곤 했습니다. 그 순간 진정 나눔의 기쁨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매년 6월이 되면 항상 우울해지고 착잡해 지곤해요. 6월 10일이 바로 제 아들이 교통사고난 날이거든요. 그때 너무나도 놀라서,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그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온 날도 역시 10일 이구요. 그리고 오늘은 제가 ‘페스카마호’에 승선한 날입니다. 그때는 큰 희망을 가슴에 품고 출항했는데…. 왜 모든 불행이 이번 달에 겹쳤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동안 마음이 초조해지며 불안했어요.

지금까지 저는 항상 가족에 대한 죄스러움과 미안함으로 제 자신을 원망해 왔습니다. 왜 내가 내 형제, 친척 그리고 처자식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고 여사님을 비롯한 좋은 분들을 고생시켜야 하는가를. 저는 지금도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반성을 하곤 합니다. 내가 정말 이렇게 못된 인간인가? 내 사상이 이렇게 변질되었단 말인가? 내가 정말 살인마인가? 등등이 머리 속에서 한시도 떠나 본적이 없습니다. 지금 저는 살인마로 극형에 처해있지만, 당시 살인 현장을 못 봐서인지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아요. 당시 배에 사람이 없어졌음을 느끼면서도 설마 죽었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꿈만 같아요.

요즘은 자꾸 어머님과 아들이 꿈에 나와요. 이렇게 꿈에서 뵙고 나면 며칠씩 우울함에서 벗어나질 못해요. 어머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염려하지 않을 수 없군요.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항상 마음 졸이며 지내고 있어요. 어머님 임종에도 직접 배웅 못하면 그런 불효자가 세상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지금 저의 마음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저희 여섯 식구는 지금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님은 여동생집으로, 큰 딸은 00에 있고 둘째 딸은 00에 있고 아들은 동생의 집에 있습니다. 이렇게 가정이 깨져 버리고 현재는 가정이란 두 글자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불편한 심정을 어디에도 말할 곳이 없어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낙관적인 생활태도를 갖고 밝은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며 밝은 모습을 보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