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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자백만으론 증거 안돼

동아대 간첩단 사건 무죄 판결


‘공안당국의 조작’이라는 의혹을 샀던 ‘동아대 간첩단’ 사건의 관련자들이 간첩 누명을 벗었다.

1일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박용수 부장판사)는 간첩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중인 지은주(28), 배윤주(28), 서봉만(27․동아대 경영학과 4년), 엄주영(28․동아대 무역과 4년)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월 16일 1심 재판부(부산지법 형사합의4부, 재판장 박삼봉 부장판사)는 이들의 간첩 혐의를 인정, 각각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조서 내용이 경찰에서의 자백을 근거로 한 것으로 객관성이 없고, 피고들이 일관되게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등 유죄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조선노동당에 가입해 간첩활동을 할 뚜렷한 동기가 없으며, 범행의 단서도 수사기록상 자백뿐이지만, 전체적으로 자백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어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과 관련, 정재성 변호사는 “간첩사건의 경우, 대충 피고인들의 자백을 받아 기소한 뒤 유죄를 인정받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이번 판결은 자백만으로는 유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세운 것”이라며 “재판부의 소신있는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조작’ 의혹에 대해 “강압수사를 통해 거짓자백을 받아내는 것 자체가 바로 조작”이라며, 공안당국을 비판했다.

‘동아대 간첩단’ 사건은 “일본 어학연수를 갔던 동아대생들이 노동당에 입당하고 조총련으로부터 공작금을 수령하는 등 간첩행위를 했다”는 내용으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해 10월 발표됐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구속된 직후부터 ‘조작’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는 “이번 사건은 명백한 증거없이 강압적 수사에 의한 피의자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조작의혹의 근거로 △공작금을 받았다는 경찰진술에도 불구하고 관련 계좌가 없었던 점 △노동당에 가입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으나, 입당원서가 없는 점 등을 제시했었다. 또한 진상규명대책위는 “한 피의자가 기마자세에서 다리와 목덜미를 구타당하는 등 가혹행위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배윤주 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선 이적표현물 소지 및 이적단체(동아대 자주대오) 가입 등의 혐의를 인정, 징역 6월-2년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