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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발췌> 보안관찰처분 취소 판결문


·사건: 97구10170 보안관찰처분취소
·원고: 장민성
·피고: 법무부장관
·주문: 1. 피고가 1996. 12. 30. 원고에 대하여 한 보안관찰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가. 나. 생략)

다. 피고는 1996. 12. 30. 원고가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중략) 원고에게 보안관찰처분을 하였다. 그 처분의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원고는, (1)출소 후 기간이 일천하고 (2)자형 집에 거주하면서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3)사노맹 관련 출소자인 위 강제윤 등과 수시 접촉하고 있고 (4)당시 정부를 자본주의의 이해에 충실한 권위주의적 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5)검찰의 소환조사에 불응하는 등 준법정신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2. 생략)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나. 생략)


다. 위 사유들에 관련한 재범의 위험성 여부의 개별적 검토

(1) 먼저 원고가 복역 중 15차례 단식 또는 결식으로써 불만을 표시한 일이 있다거나,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을 고소한 사실이 있다거나, 출소 후 기간이 일천하다거나, 또는 보안관찰관련 조사를 위한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이미 처벌받은 범죄에 관한 것 또는 의사표현의 자유, 고소권의 행사에 관한 것들이거나 또는 보안관찰해당범죄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정들이어서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2) 원고가 출소 후 이 사건 보안관찰처분을 위한 경찰조사시에 정부를 권위주의적 정권이라고 평가하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속하는 정도에 불과하여 역시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자료로 삼기는 어렵다.

(3) 원고가 출소 후 소종민, 강제윤과 만난 점에 관하여 원고는 같은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고 과거 친하게 지냈던 사이라서 안부도 묻고 식사도 같이할 겸 해서 강제윤과는 한 차례, 소종민과는 몇 차례 만났다고 솔직하게 시인하고 있다. 그리고 강제윤은 그 후 결혼하여 평화방송 대본구성 등 일을 하고 있으며, 특히 소종민은 원고의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1년 후배이고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사무간사로 일하고 있어서 별 뜻 없이 만나 문단 소식을 듣거나 법 먹고 술 한잔 하는 정도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밖에 위 강제윤이나 소종민이 범법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거나 원고가 그들과 어울려 일상적인 사회생활상의 접촉이 아닌 보안관찰해당범죄와 관련 있는 어떤 활동이나 집회 참여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4) 원고의 거주 및 생활환경을 보면, 미혼으로서 생활능력이 없는 부모와 함께 누나인 장경혜의 집에서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점을 들어 생활이 불안정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 더구나 원고는 1996. 6. 1. 부터는 청산입시학원에 강사로 취직하여 상당한 보수를 지급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 원고와 같이 거주하는 자형 임승철이 과거에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일이 있고, 원고가 출소한 후에 다시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처벌죄명은 보안관찰해당범죄와 무관하며, 원고나 임승철이 각자 직장관계 일 등으로 매우 바빠서 함께 이야기를 하거나 마주칠 기회도 거의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 밖에는 원고가 위 임승철과의 접촉을 통하여 보안관찰해당범죄에 관련된 대화를 하거나 또는 그러한 의심을 받을 만한 대외적인 활동을 함께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6) 원고의 청산입시학원의 동료 강사 중 두 명이 국가보안법위반죄의 전력이 있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을 제19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청산입시학원은 1995. 2. 22. 설립된 정원이 4,305명이나 되는 점에 비추어 강사수도 100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국가보안법위반 전력자들의 경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생계를 위하여 학원강사로 일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우연히 같은 직장에 국가보안법 전력자가 있다는 점만으로는 곧바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그 밖에 원고와 위 강사들과의 관계가 통상적인 직장 동료 사이의 관계를 넘어서 특별히 긴밀한 사이라거나 또는 보안관찰해당범죄와 관련된 활동을 함께 한다고 의심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

(7) 한편, 원고가 원고보다 핵심적인 다른 사노맹 관련자들에 대하여는 아무런 보안관찰처분을 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음에 대하여, 피고는 아무런 답변이나 소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판단하여 보면,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 중에는 원고가 자신의 과거 범죄를 반성하지 아니한 채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질만한 정도의 사정은 일부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심의 정도를 넘어서 원고가 기왕에 범한 보안관찰대상범죄인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으로부터 금품수수죄 또는 다른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충분한 개연성까지 있다고 단정할 만한 사정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피고가 들고 있는 사유들만으로써는 원고에게 그러한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로서 충분하지 못하고, 따라서 이 사건 보안관찰처분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1998. 6. 18.
재판장 판사 조중한, 판사 문용호, 판사 이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