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더이상 갈 곳이 없다"

결핵환자, 명동성당 농성돌입


여섯명의 결핵환자들이 작은 봉고차에 간단한 물품만을 챙긴 채 목포를 떠나 17일 서울로 올라왔다.

정부가 국립목포결핵병원을 민간위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본격적인 항의운동을 펼치기 위해서이다<관련기사 본지 6월 17일자>.

이들은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고 과로가 결핵에 치명적인데도 불구하고 5시간 정도를 소요해 서울까지 올라온 것이다. 「국립목포결핵병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배상훈)소속의 이 환자들은 도착 즉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사 앞에서 차례로 집회를 가졌고 이후 명동성당에 농성장을 마련했다

결핵에 걸린지 8년이 됐고 8개월째 목포결핵병원에 입원중인 임완(27) 씨. 그는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니던 중 결핵이 재발하면서 더 이상 직장을 다닐 수가 없었다"며 "8개월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경제적인 수입원이 아무것도 없어 지금은 라면하나도 마음 편히 사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얼마전부터 부인이 식당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돼 어려움을 조금 덜었지만, 현재 다른 환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임 씨에 따르면, 입원환자들 대부분이 단순 일용직 노동자들이거나 특별한 기술 없이 목포인근에서 배를 타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인데, 이는 결핵이 주로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해 몸에 저항력이 떨어져 걸리는 병이기 때문이다.

임 씨는 "따라서 환자들은 자기가 아파서 입원을 하게 되면 당장 생계유지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큰돈이 아닌, 한달에 1만원 하는 입원비도 못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임 씨는 또 "이런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병이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면 퇴원해 다시 일용직 건설현장이나 배를 타는 일 등, 육체적으로 고된 일을 하게된다"며 "대부분이 피로가 누적되어, 전보다 더 악화된 상태로 병원에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자기자신도 "아들 분유값이라도 벌기 위해 퇴원하려 했었다"며 입원환자들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박 아무개 씨는 입원 전까지 배를 타던 사람이었다. 배를 타게 되면 보통 한두달을 바다 위에서 보내기 때문에, 그는 보건소에서 몇 달치 약을 타다 먹는 생활을 계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도한 육체적 피로로 결국 결핵이 재발돼 다시 병원에 입원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박 씨가 입원한 뒤 생계가 막막해지자, 부인이 떠나버렸고 부모님마저 연락을 거의 끊고 지내는 등 가족관계마저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