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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위안부 일본 배상' 물건너 가나

한국정부, ‘배상 요구’ 사실상 포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로부터 국가배상을 받아내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국가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사실상 굳힌 데 따른 것이다.

21일 외교통상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부 지원금 3천1백50만원과 민간모금액 6백50만원 등을 각각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정부에게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피했다. 이는 정부가 "배상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사실상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은 성명서에 나온 것이 전부"라면서도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초 외교통상부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안을 성명에 명시할 계획이었다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일부 국무위원들의 반발 때문에 이를 보류시킨 바 있다.


정대협 반응, 다소 미온적

한편, 정부가 이날 성명에서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데 대해 정대협은 "매우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의외로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21일 기자회견을 가진 정대협은 '일본 배상 요구'를 포기한 정부측 방침에 대한 '항의'보다는 '지원금 지급 결정'에 대한 '환영'에 더 무게를 둔 듯했으며, 이는 정부의 '대일배상 요구'를 강력히 촉구해온 기존의 입장보다 다소 온건한 태도다. 다만 정대협은 "한국정부가 '배상 불(不)요구 방침'을 철회한 것을 환영하지만 그것이 한국정부의 일본정부에 대한 배상촉구를 자동적으로 소멸시키거나 유보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더불어 "한국정부는 쿠와라스와미 권고안대로 일본정부에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며 "정대협은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전범자 처벌 △사료관 건립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역사교과서 기록 등을 요구하는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대협은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일본에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을 발표문에서 삭제하는 대신, 정대협이 △정대협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일반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금으로 새로 규정하고 △앞으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군대위안부 문제를 우리 정부가 먼저 거론하지 않는다는 데 양해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일본에 배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한국정부의 방침은 96년 대만 정부가 자국 피해자에게 지원금을 먼저 지급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배상을 촉구하고 있는 것에 비해 '대일 저자세 외교'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본지 4월 21일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