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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제·사회적 권리 후퇴 예상”

인권활동가들, 새 정부 인권개혁 전망


과거 인권피해자였던 김대중 씨가 대통령에 취임함에 따라, 그동안 인권개혁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인권단체들이 '새 정부와 어떠한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25일 <인권하루소식>이 11개 인권·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새 정부의 인권개혁에 대한 전망 △새 정부와 민간단체의 관계 설정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최우선의 인권개혁과제 등에 대해 응답을 벌인 결과에 따르면, 인권단체들 내에선 새 정부의 인권개혁을 전망하는 입장에 따라 '협력' 또는 '비판'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르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김형태 변호사 등 새 정부의 인권개선에 기대를 건다고 답변한 사람들은 "통치자가 과거 인권피해자였고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안에 따라 협력과 견제를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성은 목사는 "새 정부가 인권문제를 풀어간다는 전제 아래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종서 교수(배재대)는 "경제문제와 IMF체제로 인해 인권이 소홀히 취급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면서 "새 정부에서의 인권개선은 희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학철 추모사업연대회의 사무국장 등도 "노동자와 민중에 대해 고통이 일방적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민중생존권 등 경제사회적 인권이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입장 속에 김종서 교수는 "과거 정부와의 관계에서 민간단체들의 투쟁이 잘못된 것이 아닌 한 선회할 필요가 없으며, 협력을 앞세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훈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대안단체는 초기부터 비판적 개입을, 대중조직은 실업대처와 사회보장권 수호를 위한 저항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상·표현의 자유 등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해선 응답자들 모두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획기적인 개폐조치는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고, 이 또한 민간단체와 국민들이 얼마나 싸우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었다.

한편 응답자들은 각기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최우선적 인권과제를 제시했는데, 그중 다수는 악법 개폐와 인권침해 기구 개혁 등 법·제도적 과제를 첫손에 꼽았다. 더불어 과거 인권침해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대훈 씨는 "경제사회적 인권의 후퇴가 예상되는 속에, 노동자·서민들이 경제개혁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설문에는 강인영 인권지기 사무국장, 김성은 목사(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총무), 김용헌 목사(KNCC 인권사회국 간사), 김종서 교수(배재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김학철 추모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 김해성 목사(성남 외국인노동자의집 소장), 김형태 변호사(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김혜준 한국영화연구소 기획실장, 이기욱 변호사(전국연합 인권위원장), 이대훈 참여연대 협동처장, 이석태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