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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IMF시대 인권, 총체적 위기

시민·사회·종교단체 '개혁과제' 논의


IMF체제 아래 국민인권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무더기실업사태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기 뿐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문제, 여성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 등 사회 전반의 인권수준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공동주최한 'IMF 위기체제하의 개혁과제' 정책워크샵은 이러한 IMF시대의 각 부문별 위기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과 개혁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우선,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남인순 사무국장은 "보수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아래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차별적 해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은 행위는 여성의 노동권을 공공연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량실업사태는 가정내 불화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여성에 대한 폭력도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정리해고와 임금체불 사태도 알려진 것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정성희 대외협력국장은 "현재 70-80%의 사업장에서 임금체불과 해고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흑자기업마저도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탈법적 인원감축과 임금체불·동결·삭감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서민 '인생부도' 직면

도시서민들의 처지는 더 비참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거연합의 김영준 사무총장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선 전·월세값이 폭등하고 전세금을 못받아 고통받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또 재개발지역에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세입자용 가이주단지를 설치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철거용역회사의 횡포는 더욱 잔인해지는 추세다. 뿐만아니라, 서민들의 주요 생계터전인 재래시장과 임시고용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데다, 7부까지 치솟은 사채이자로 인해 서민들은 '인생부도' 직전에 몰려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박천응 목사(안산외국인상담소 소장)는 "외국인노동자들은 '몽둥이로 개 내몰듯'쫓겨나고 있다"며,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사회운동진영 공동대응 시급

한편, 이같이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진보개혁적인 대안의 제시와 사회운동 진영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기조발제에 나선 조희연 교수(성공회대 사회학)는 "각 부문별 과제외에도 사회운동 진영이 대응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가 있다"며 △불완전한 민주주의 △천민적 자본주의 △분단반공냉전사회 △왜곡된 보수적 시민사회 등을 바로잡기 위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부문별 개혁과제를 국민적 개혁과제로 만들기 위한 연대틀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제3세계 국가들과의 국제적 연대활동이 시급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워크샵엔 54개 단체에서 1백여 명의 회원들이 참가해 개혁과 진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