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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2회 인권영화제 개막작 '새의 노래' 소개


■ 새의 노래
볼리비아/1994/우카마우 집단/117분/극영화/컬러


볼리비아의 우카마우 집단은 산히네스 감독을 중심으로 60년대부터 볼리비아의 독립영화를 이끌어왔던 대표적인 영화집단이다. 새로운 작품 <새의 노래>는 60, 70년대에 이룩했던 그들의 성과물, 즉 반제국주의, 반독재의 연장선상에서 특유의 민중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우카마우 작업의 특이성은 볼리비아식 창작방식이란 것인데 볼리비아 민중의 시각을 통해 민중의 삶을 재현해낸다는 것이었다.

볼리비아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착원주민과 백인외지인과의 뿌리깊은 갈등이다. 볼리비아인 전체의 80%이상이 혼혈 토착 원주민들(인디오)이고 그들은 대부분 가난한 계층에 속한다. 이 영화에서도 도시에서 온 백인 영화인과 원주민간의 갈등은 영화속 영화의 갈등인 스페인군대와 잉카인들과의 갈등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산히네스 감독은 과거와 현재에 벌어지는 두 개의 이야기를 중첩시킨다.

관객은 현재와 과거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과거이고 어디까지가 현재인지,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현실인지를 분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건 감독의 분명한 의도이다.

영화속 영화에 그려진 스페인의 원주민 정복의 역사는 관객에게 객관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보게 만들고 동시에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사실을 각성시킨다. 영화 만들기, 영화보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적 자각은 근래 영화감독들의 작업 속에서 두드러지는 한 방식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성찰적 방식은 영화와 현실의 본질적인 거리감을 자각하면서 동시에 영화가 현실의 문제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강한 사회의식에서 비롯된 미학이기도 하다. 영화적 행위가 그대로 현실의 진행되는 일부분이라는 인식으로서 결국 영화적 사고는 현실적 사고의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원주민이 벌이는 새들의 축제에서 백인 영화팀들은 새의 노래소리를 녹음하는데 실패한다. 새의 노래를 들어봐라, 하고 말하는 원주민들의 진의는 무엇인가? 그건 백인이 일부러 외면했거나 혹은 들을 수 없었던 원주민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라는 소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