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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출범 선언문> 우리는 아무 대안 없이 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는다.


도심에 있는 미군기지를 시외곽이나 시골로 이전하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미군기지가 우리 지역으로 오는 것만은 안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미군기지의 임대기간을 정해 임대료를 징수할 것을 주장한다. 또한 우리는 미군이 현재 안 쓰고 있는 기지를 당장 돌려달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주장은 필리핀이나 호주처럼 하자는 것이다. 아니, 최소한 오키나와처럼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는 말도 듣는다. 그들은 분단되지도 않았고, 동족끼리 전쟁을 한 경험도 없다는 것이다.

맞다.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는 분명히 다르다. 유럽에서 전범국인 독일을 나눠 가진 승전국들이 아시아에서는 역시 전범국인 일본을 나눠 갖지 않고 우리나라를 나눠 가졌다. 승전국 미국의 감시를 받는 전범국 일본의 미군기지도 임대기간과 임대료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기한이다. 통일 후에도 주둔하겠단다. 아니, 주둔해야 된단다.

그러나 미군 주둔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거의 없다.

독도가 우리땅인 것처럼, 미군기지도 분명 우리땅이다. 불났을 때 꺼주고, 도둑도 지켜주는 일은 분명히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가 집에 들어와 어머니, 아내나 딸을 겁탈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살인, 강도, 강간 등 온갖 미군범죄! 공짜로 쓰는 1억평의 미군기지! 그런 미군기지를 우리가 필요해서 잠깐이라도 사용하려면 오히려 우리가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것도 이따금씩 인상해 주어야 한다.

공짜로 집 한 채를 빌려주었다가, 방 한 칸이 필요해서 쓰자니까 방세를 내라는 격이다.

땅주인도 모르게 국가가 미군에게 쓰라고 준 땅이 시 전체 면적의 51%가 넘는 곳도 있다. 길도 못 내고, 도시개발계획도 제대로 세울 수 없는 곳은 너무나 많다. 소음과 수질오염, 토양오염으로 고생하는 주민도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도 말 한 마디 못한다. 이래서는 주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래서는 우리나라가 엄연한 독립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고, 이제는 말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이런 생각을 “미군기지 반환운동”이나 “미군기지 되찾기”라고도 부른다.

전국에는 96개의 미군기지가 있다. 그 가운데 11 지역에서 이런 운동을 하고 있다. 그 11지역의 미군기지 반환운동 지도자들과 미군기지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애쓰는 녹색환경운동의 지도자들, 미군범죄를 뿌리뽑고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을 전면개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시민운동의 지도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이름하여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 전국공동대책위원회! 이 이름으로 우리는 주인된 권리의 극히 일부분을 되찾았다.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 전국공동대책위원회 만세!

97년 8월 22일
우리땅 미군기지 되찾기 전국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