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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2회 인권영화제 화제작 쇼아 <SHOAH>

■ 쇼아 (SHOAH)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스는 6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했다. 그리고 모든 흔적을 지워버리려 했다. 그러나 끌로드 랑즈만 감독의 <쇼아>는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참혹한 역사의 굴곡을 일깨워준다. 아니, 오히려 이 영화는 그동안 머리에 담고 있던 지식을 마음과 육신으로 체험하게 해줌으로써 우리가 실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11년이라는 긴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충격적인 영화 <SHOAH>(ꡐ쇼아ꡑ-히브리어로 ꡐ절멸․파국ꡑ이라는 뜻)는 아우슈비츠나 트레블린카 같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태인들, 그리고 전 나치스 친위대원들의 증언을 토대로한 인터뷰가 9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대장편 다큐멘터리이다. 85년에 세상에 나온 이 영화는 미국에서 아침 9시부터 9시간 반 동안 계속해서 방영했을 때의 시청자 수가 8백만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유럽과 미국에서 선풍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86년 베를린 영화제 칼리가리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나치학살의 생생한 증언

우리는 유태인들의 증언을 통해 그들이 입은 상처를 생생하게 체험한다. 지금은 신록으로 뒤덮인 곳이지만 과거엔 질식사시킨 유태인들을 쓸어놓곤 했던 구덩이, 가스실로 수십만명을 몰아가던 ‘람프ꡑ(강제수용소 내의 열차 플랫폼), 거기에 산더미처럼 쌓인 주인 없는 여행가방 이야기.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생한 목소리는 계속된다. 열차의 도착․화물차의 문이 열리자 무너져 쏟아지는 시체들․무서운 갈증 공포와 마구 뒤섞인 무지․탈의․소독․가스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을 이야기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유태인 생환자들,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되풀이된 살육 과정을 차갑게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트레블리카의 SS 하사관, 남의 일이란 듯이 냉담하게 수용소 내의 일을 이야기하는 폴란드 농민들….

시몬느 드 보봐르는 <쇼아>를 ꡒ현장과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이라는 놀랍게도 절약된 수단을 가지고 과거를 훌륭히 재창조해낸 완전한 걸작ꡓ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끝없이 뻗어나가는 길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가 단순히 과거의 재창조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집단학살은 끝나지 않았다! 이런 메시지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