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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영화 ⑫ <나쁜 영화>

감독: 장선우
주연: 나쁜 아이들


나쁜 감독(?)이 나쁜 애들을 데리고 ‘나쁜 영화’를 만들었다. 다큐 형식을 빌려 꽉짜인 대본을 무시하고 거리의 아이들에게 무작정 들이댄 카메라는 용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저녁뉴스의 카메라 고발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안 그래도 ‘빨간 마후라’ 때문에 요즘 우리 애들이 도매급으로 비행청소년이 돼버렸는데 영화에서도 온통 나쁜 애들만 보여준다. 그게 목적이기나 한 듯이.

벽돌로 사람을 쳐죽이는 애, 춤시합에서 졌다고 휴지로 입코를 틀어막고 자살하려는 애, 술취한 행인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지갑을 터는 애, 폭주족을 보고 미치도록 소리치며 태워달라는 애… 아! 정말 우리 애들이 저렇단 말인가!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래 저건 분명히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야. 어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해’라는 생각을 못 갖게 만든다. “누가 저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려느냐”하시면 구경꾼 모두가 던질 것 같은 분위기다.

영화의 후반부는 도시의 지하보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려자들의 일상에 비중을 둔다. 나쁜 아이들과 행려자들은 단지 같은 거리의 인생들 뿐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질감이 들 정도로 서로 무관하게 겉돈다. 나쁜 아이들의 결국을 보여 주려는 것도 아닐테고…

영화는 꿈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해학과 풍자로도 그러할진대 문화적 현상이나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땐 더더욱 그래야 한다. 비록 그것이 장미빛이 아닌 우울한 미래일 망정 카메라가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현상’ 그 자체만 나열하는 것은 필름장이로서의 직무유기다. 왜 그들의 고민은 보여주지 못했나? 그들의 이유있는 불만은 어디다 빠뜨렸나? 도대체 그들의 눈물은 어디에 흘려버렸단 말인가? 사회의 귀퉁이에 버려진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자화상이나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서 우리의 미래가 규정되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나쁜 영화 속에서는 그들과 우리가 전혀 별개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행려들을 빼고는 모두 미성년자만 등장해서 적나라한 삶을 드러내는 영화인데, ‘미성년자 절대 관람불가’라는 자극적인 문구하며, 불량끼 가득한 팜플렛은 참 나쁜 영화답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다른 사람 아닌 장선우 감독의 필름이란 것이 더더욱 보는 이들을 속상하게 만든다.

전경일(민주언론운동협의회 영화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