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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아들을 세 번 죽일 수는 없어'

군·경 의문사 추모제 열려 … 진상규명 위해 특별법 제정돼야

흐르는 눈물에 짓무르고 벌겋게 부어오른 두 눈. 아들의 영정을 쓰다듬는 어머니의 주름진 손길은 차마 멈출 수가 없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살려내"라며 나지막이 되뇌이다 결국 오열하며 힘없이 쓰러지는 어머니.

"23년 고이 길러 군대에 보냈거늘 싸늘하게 식어 돌아오다니. 사랑하는 아들아. 단 한번만, 한 번만이라도 보고싶다. 차디찬 냉장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널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 고 강태기 상병의 어머니 유기선 씨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목이 메였다.

3일 오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시청 앞 광장에서는 올해로 네 번째 '군·경 의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군·경 의문사 진상규명과 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군·경 인권대책위원회)가 함께 준비한 이날 추모제는 억울한 젊은 죽음을 위로하는 법능 스님의 추모 노래로 시작됐다.

아들을 군에 보냈다가 차가운 주검으로 돌려 받고 망연자실했던 유가족들. 잠시도 잊을 수 없는 아들의 사진을 앞에 두고 유가족들은 다시 가슴을 쳤다.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의혹 투성이의 죽음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군 의문사 유가족들은 죽은 아들을 냉동고에 두고 생업도 포기한 채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 한 해 군 사망자는 150명, 이중 '자살'로 처리된 경우는 69명으로 사망자의 46%가 자살이라는 결론이다. 2002년에도 군은 사망자 158명중 50%인 79명이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군 의문사 유가족들은 아들이 세 번 죽는다고 말한다. "누구처럼 빽 없어서 군대에 가서 죽고, 부검으로 또 한번 죽고, '자살'로 결정되면서 낙오자·부적응자라는 불명예로 죽는다"라고. 더욱이 '자살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이기에 군 의문사 유가족들의 의혹과 분노는 가시질 않는다.

유가족들은 군 의문사가 바로 '이웃'과 '친지' '가족'의 문제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고, 군 의문사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