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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무주거자는 빈곤의 한 양상 … 사회보장책 마련돼야

한국도시연구소등 발생원인과 실태연구 발표


우리사회에서 부랑인들은 왜 발생하는가, 또 대책은 없는가

지난 6월 중순 한국도시연구소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무주거자의 발생원인과 실태에 관한 연구」 발표를 통해 그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도시연구소등은 3월 한 달간 복지시설, 청량리역등 지하철 주변에서 벌인 조사작업 중 대표사례 31개와 95년 7월 조사된 5사례를 포함해 36사례를 연구․분석했다. 우선 한국도시연구소측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부랑인이란 말 대신 ‘무주거자’(Homelessness)로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무주거자 90년 이후 증가 추세

96년 1/4분기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무주거자는 총 41개 복지시설에 1만3천1백35명이 수용보호되고 있는데, 실제 무주거자는 이보다 약 3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숫자도 90년대 이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무주거자가 되었을까.

조사대상자 36사례 중 특별한 노동의 경험 없이 무주거자가 된 사례는 없었으며,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노동을 했다. 또 고졸미만의 학력보유자가 많았는데 이들은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만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게되면서 제대로 보호나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무주거자의 발생원인은 △경제부문의 변화 △노동능력의 상실 △가정의 해체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경제부문의 변화를 보면 고용악화, 이농 후 고용악화, 자영 및 사업실패, 소득불안전과 재산손실 등으로 나타났다. 또 질병 및 질환,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강제수용과 인신매매 등으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도 원인이었다. 가정의 해체는 가족성원의 가출과 사망, 아내의 죽음, 아내의 가출 및 이혼, 본인의 가출 등을 의미한다.

이를 근거로 한국도시연구소측은 “무주거자들이 현재 노동하지 않거나 노동할 의욕이 약하다는 것만으로 이들을 ‘일하기 싫어하는’ ‘놀면서 방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무주거자가 되었던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고용조건이나 빈곤이 개선되지 않고, 여기에 상실감을 주는 사건을 겪게 되면서 삶을 포기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용일변도 보다는 재활중심으로

이번 연구조사결과 이세영, 김수현(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씨등은 “무주거자는 빈곤의 한 양상”이라고 결론지어졌다. 또 무주거자가 되는 특정한 집단이나 특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무주거자를 양산하도록 방치하는 가장 큰 원인을 “질병, 사고, 재해 등에 대한 사회보장책의 미비”에서 찾았다. 가족관계의 문제도 전통윤리의 약화라는 차원의 접근보다는 가난과 질병이 가족해체를 초래하며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안전망의 설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즉 무주거자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보장정책의 강화가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이미 발생한 무주거자들을 위해 수용일변도의 정책에서 재활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과 무주거자 문제에 대한 사회운동차원의 접근의 필요성이다. 시민운동이나 복지운동 관련단체들이 무주거자 문제를 사회구조의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며, 이를 통한 사회전체의 관심 환기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