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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현장을 뛰는 사람들 ⑦ 아브라함의 집(한국출소인 상담연구소) 이동숙(42) 씨

범죄자의 평범한 삶 마련에 보람을

“전 어릴 때부터 리더쉽이 아주 강했어요. 학창시절 때는 물론이고, 감옥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지요.”

양복바지에 맑은 남색 와이셔츠 그리고 짧은 머리. 걸걸한 목소리는 그가 털털한 성격임을 느끼게 했다. 그는 78년 2월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돼 2년6월을 복역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말기로 교도소에는 긴급조치 5호 위반 정치범이 들끓었죠. 방마다 1명씩 있을 정도였으니까. 제가 있던 방에도 여대생 한 명이 있었죠”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사실상 ‘그녀’는 교도소를 들어가 처음으로 여자세계를 접했다고 한다.


남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시절

영등포 토박이인 그는 7남매중 6번째로 집안에서 유일한 여자아이로 태어났다. 남자형제 속에서 자란 탓인지 어릴 때부터 행동도, 성격도 남성적이었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으나 웅변과 구기종목을 잘했다. 누구나 자신을 남자로 봤다는데, 가출 전에도 그는 집에다 성전환수술을 시켜달라고 요구를 하곤 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느껴 고등학교를 가지 않았다. 대신 동네 아이들의 과외선생으로 2년 여를 보냈다. 이듬해 중학교 동창이 서울대 의예과에 수석 입학한 사실을 방송을 통해 보면서 충격을 받고 위축감으로 가출을 하게 되었다.

가출해서 돈도 떨어져 집에 들어가려다가 우연히 특수강도 범행에 가담하게 된다. 지명수배를 받아 쫓겨다닌 끝에 자수를 결심하고, 동료들을 설득했으나 실패해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삼청교육대 피해 다시 감옥으로

80년 8월 출감했는데, 3일만에 시경에서 찾아와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으라” 고 통보를 했다. 당시 “이미 죄과를 다치르고 나왔는데 말도 안된다. 이중처벌이다”며 항의하고 그날로 집에서 도망쳤다. 당시 상황에 대해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그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1년 형기를 살고 나왔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괴감으로 다시 출발할 힘을 잃고 인생 구상을 위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1년을 복역한다. 전과 3범으로 84년 3월 출감을 앞둔 그는 “내가 인간 쓰레기구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전과자들의 아브라함의 집

‘다시는 나처럼 사회에서 고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85년 반포 방배중학교 뒤편에 ‘아브라함의 집’의 문을 열게 된다. 그 뒤 ‘아브라함의 집’은 87년 2월 화곡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96년 5월 반포 한 아파트로 옮기기까지 출소자들의 안식처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지금은 임시로 반포에 자그마한 오피스텔을 사용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집’은 이동숙 씨가 89년 제1회 서울시민대상 장려상을 받으며 하루에 2건씩 인터뷰를 할 정도로 매스컴을 탔는데, 신문을 통해 ‘아브라함의 집’은 전국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편지가 쏟아져왔다. 하루에도 4-5명씩 상담을 요청해오는 등 지금껏 아브라함의 집을 들린 전과자들은 수만명이 될 듯 싶다고 한다.

출소자들에게 그가 하는 상담은 마치 형이 동생에게 해주는 것 같다. 일자리도, 갈 곳도 마땅치 않은 그들에게 잠자리 제공과 취직을 도와 준다. 전과자들 역시 보통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 있게,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토록 도와주는 것이다. 억압당하지 않고 인간의 기본 권리를 누리며 살게 도와주는 일이 그의 몫이다. 그가 펼쳐든 앨범에는 이곳에 머물다간 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사연과 함께 담겨있다.


출소자 거취 마련 위해 책출판 준비

이런 저런 사연을 담은 편지를 장소가 비좁은 이곳으로 옮기면서 트럭 2대분에 달하는 양의 편지를 태울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출소자들이 거취할 장소가 없다. 그래서 그는 숙소마련을 위해 책출판을 계획하고 있다. 2년전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글로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는데, 94년 여름 푹푹찌는 더위에 밤낮으로 써온 글을 이제 책으로 묶게 되었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인간군상들의 집합소’인 ‘아브라함의 집’의 시작과 지금까지 모습을 담은 「정지된 시간」이란 제목을 달아 발행될 예정이다.


영화와 같은 삶

지금까지 산 것은 영화와 같다.

살아온 길에 대한 후회는 없다. 범죄자 한 명을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하면 이것은 피해자 1백명을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 그가 느끼는 자부심이다.

“최선을 다해, 소신껏 있는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한 출소자들에게 다해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먹는다.

(연락처 3476-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