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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명서 <4·3항쟁 49주년을 맞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며>


48년 4월 3일 남한만의 단독선거로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에 의해 자행된 학살에 맞선 항쟁이 있은지 49주년이 되었다. 반세기의 세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른바 4․3폭동, 4․3사태, 4․3사건 등으로 불리우며, 그 진상에 대해 입 밖에 내는 것조차 금기로 여겨지는 부분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맺힌 가슴을 부여안고 숨죽여 살아온 희생자들의 원통함을 풀어야 할 때가 왔다. 제주도 의회가 희생자에 대한 신고를 받은 이래 신고된 것만해도 1만5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아직까지도 희생자의 전모가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3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무고하게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1백여 중산간 마을이 불타고 3만여 채의 주택이 파괴되는 등 제주도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이른바 ‘토벌대’의 무차별 학살로 갓난아이는 물론 부녀자와 노인까지도 처참하게 희생당해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에서 일곱 명 중 한명꼴에 이르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 항쟁은 그간 친일파와 손잡고 남한 단독선거를 강행한 이승만과 분단을 강요한 미군정의 역사 왜곡으로 그 진상이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역사의 진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그 잔인했던 4․3양민학살의 ‘법적근거’로 내세워졌던 계엄령이 이승만 정권의 불법행위였음이 최근 정부 기록에서 밝혀졌다.
이승만 정권은 미군정의 협조아래 계엄법이 제정되기 전에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계엄을 선포하였다. 이것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불법행위이자, 정권 장악을 위해 국민을 학살한 반인륜적 범죄이다.<중략>

정부는 4․3을 비롯한 각종 양민학살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즉각 공개하고, 국회차원의 진상조사 작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차원의 진상조사 작업을 통해 4․3과 관련한 군, 경 및 정부가 소장하고 있는 각종 기록문서와 미국의 비밀문서의 공개를 요구하고, 국정교과서의 올바른 기술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법률적 조치로 ‘4․3특별법’을 제정하여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한 공식적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4․3항쟁과 같은 반인륜적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시효가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독일이나 프랑스를 비롯한 나라에서 나치 잔당과 그 부역자들의 죄상에 대해 시효를 인정치 않고 있음은 좋은 예가 된다. 시효 없이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여야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다.

우리는 4․3항쟁을 비롯한 각종 양민학살 사건들이 결코 옛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한다. 진상이 은폐, 왜곡되어 있고, 그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아직도 폭도, 빨갱이의 불명예스런 누명이 씌워져 있으며,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오늘의 부정부패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